[남극점 탐험]12월19일 20일째 "하늘이 열린다. 출발준비하자"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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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위의 운행. 우측 앞쪽의 박대장을 쫓아가는 탐험대원들. 항상 이런 식의 운행이다. 박대장은 앞서가고 대원들은 뒤 쫓고.
설원위의 운행. 우측 앞쪽의 박대장을 쫓아가는 탐험대원들. 항상 이런 식의 운행이다. 박대장은 앞서가고 대원들은 뒤 쫓고.
날씨 : 화이트 아웃 후 오후부터 갠 후 맑음

기온 : 영하 13도

풍속 : 초속 2.2m

운행시간 : 12:30- 16:30(06시간 분)

운행거리 : 16.2km (누계 :383.7km) /남극까지 남은 거리: 751km

야영위치 : 남위 83도 16분575초 / 서경 80도 01분 035초

고도 : 1,138m / 84도까지 남은 거리: 80.6km

세 번째 맞는 화이트 아웃. 전날 시작된 화이트 아웃이 오늘 아침에는 세상을 완전히 삼켜 버렸다. 새벽 4시,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준비를 하기 위해 대원들이 일어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박대장이 밖의 날씨를 누운 채 묻는다. 일단 식사를 마치고 기다리기로 했다. 화이트 아웃은 좀처럼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간식을 꺼내 먹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다들 관심 밖의 이야기인 듯 자리를 잡고 누워 잠을 청한다. 대원들에게는 잠이 보약이다. '언제 출발할지 모르니 운행 때와 똑같은 시간에 간식을 먹으라'는 박대장의 얘기에 모두들 일어나 운행 때와 똑같은 간식과 음료를 바닥에 풀어 놓고 먹는다. 12시가 다 될 무렵, 다시 대원들이 자리를 잡고 누우려는데 텐트 문을 열고 밖의 날씨를 확인한 박대장이 소리친다.

"하늘이 열린다. 출발준비하자"

화이트 아웃이 걷히고 있다니 반가운 소리다. 군대의 5분 대기조처럼 대원들은 일어나 출발준비를 한다. 텐트천장에 걸어놓은 양말을 신고 겉옷을 입고 바라클라바(목출모)를 쓰고 신발을 신고는 밖으로 나선다. 복장 준비는 모드 텐트 안에서 한 뒤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남극에서의 상황이다. 텐트를 걷고 출발준비를 마치는 데까지 35분이 걸린다. 막내 이현조 대원의 썰매에 텐트를 우겨넣고 출발준비가 마무리 된 것을 확인한 박대장은 "가자"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앞으로 나선다. 화이트 아웃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발밑의 바닥은 그 윤곽을 아직 알 수없다. 숨겨진 돌출부위에 걸려 대원들은 여러 차례 중심을 잃어가며 박대장의 뒤를 쫓는다. 밤새 조금씩 내리던 눈이 제법 쌓였다. 10cm가량 쌓인 눈은 또 하나의 장애물이다. 깊은 곳은 발목까지 빠진다. 다행히 하늘을 가득 메웠던 구름이 서쪽으로 물러나면서 하늘이 맑아진다. 발밑의 설원이 보이니 운행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쉬었는데도 오히려 운행 중에 쉬는 회수가 많아지는 박대장. 6시간을 꼭 채우고 운행을 중지한다. 좋아진 날씨 속에서 대원들은 더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박대장은 내일부터 다시 정상적인 운행을 하려면 일찍 끝내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맑은 날은 흐린 날보다 기온이 내려가 더 춥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나자 낮 동안 잠잠하던 바람이 점점 세지더니 찬 기운을 텐트 안까지 뻗친다. 버너를 켜 놓은 상태지만 오늘따라 찬기가 감도는 텐트 안에서 박대장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 대원들은 뜨거운 차 한잔으로 한기를 가셔본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고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다.

*孤掌難鳴:일은 혼자서 이루기 힘들다.

**苦盡甘來:고생 끝에 낙이 온다.

남극탐험대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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