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한국계 프로레슬러 고 역도산(力道山)의 부인 다나카 게이코(63·사진)가 19일 한국에 왔다.
다나카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김미파이브’ 개관식에 초청을 받아 방한했다. ‘김미파이브’는 식사를 하면서 격투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
다나카씨는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지 25년 만인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다. 투병 중이던 역도산의 수제자 김일(金一·74)씨를 위로하기 위한 것. 김씨는 이날 다나카씨를 만날 예정이었으나 지병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역도산의 두 번째 부인 다나카씨는 일본항공(JAL)의 스튜어디스로 일하던 중 비행기에서 역도산을 만나 사랑에 빠진 뒤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일본 정부 고관과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하며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다나카씨는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역도산이 괴한의 칼에 찔려 숨지는 바람에 40년을 홀로 지내며 남편의 추모사업을 벌여왔다.
다나카씨는 7월 역도산의 삶을 회고하는 ‘남편 역도산의 통곡’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남편은 박정희 정권의 외교밀사로 한일 국교정상화에 힘쓰고 한국이 스위스처럼 영세중립국으로 남기를 바란 평화주의자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나카씨는 “남편은 언젠가는 한국을 위해 큰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남편이 원하던 바를 못 이루고 떠나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을 기리고 한국의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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