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부시 反인권’ 제동…“테러 혐의만으로 구금 안돼”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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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테러용의자 구금 권한을 제한하는 2건의 판결이 18일 미 연방법원에서 잇따라 나왔다.

최근 연방대법원이 관타나모 수용소에 억류된 전쟁포로들의 인권보호와 관련한 심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로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가 추진해 온 대(對)테러정책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 용의자가 ‘적 전투병(enemy combatant)’으로 규정될 경우 헌법에 보장된 법적 보호장치를 제공받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이 규정은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사 왔다.

▽테러용의자도 기본권 보장해야=샌프란시스코 제9 순회항소법원은 18일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 군교도소에 수감된 테러용의자 660명에게 변호인 접견권과 미국 사법심판을 받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2 대 1로 판결했다.

관타나모 기지 수감자에게 이 같은 권리를 허용한 법원 판결은 처음이다.

스티븐 라인하트 판사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한 리비아인 수감자의 친척이 제기한 소송 판결문에서 “국가 비상사태일지라도, 아니 그러한 때일수록 우리 헌법의 가치를 지키고 행정부가 미국시민이건 외국인이건 기본권을 유린하는 것을 막는 것이 사법부의 의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사법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구금기간이나 방식에 상관없이, 외국인을 포함해 어느 수감자에 대해서든, 행정부가 사법절차에 호소할 권리나 변호인 접견권도 인정하지 않은 채 무기한 가둬둘 수 있는 무제한의 권한이 있다는 정부 입장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뉴욕주 제2 순회 항소법원도 ‘더러운 폭탄’(dirty bomb·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는 폭탄)으로 미국에서 테러를 벌이려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6월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해군기지에 수감된 채 형사소추도 없이 변호인 접견도 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시민 호세 파디야를 30일 안에 군 수용시설에서 풀어주도록 명령했다.

▽백악관 항소 방침, 인권단체 환영=백악관은 즉각 법원 판결에 반박하면서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두 판결 모두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혼란스럽고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미국인을 보호하는 것이 그의 권한이자 책임이라고 여러 번 말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대통령은 대법원에 항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단체는 이날 판결을 즉각 환영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은 “전쟁 논리가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제한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관점을 공격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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