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에 성매매 강요…기지촌 외국인여성 '수난'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8시 41분


코멘트
“폭언, 폭행은 기본이다. 여기에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불평등한 고용조건에 얽매여 있다.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다.”

여성인권단체 두레방은 경기도의 후원으로 4월부터 경기 동두천 의정부 파주 등 3곳의 기지촌에서 일하는 158명의 한국인 및 외국인 여성들을 상담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곳에서 일하는 ‘기지촌 여성’은 95개 클럽에 561명이며 이 중 필리핀인이 283명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 178명, 한국인 100명이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월 50여만원의 기본급에 실적에 따라 일부 성과급을 받았다. 근무시간은 가장 열악한 경우 오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17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주는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며 성매매를 강요하고 화대를 떼먹거나 제대로 월급을 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1년 12월 정식 비자를 받아 입국한 필리핀인 지나(가명·23)는 동두천의 한 미군 클럽에서 3개월간 일하다가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도망쳐야 했다.

하루에 음료 100잔을 팔지 못하는 날이면 방에 갇혀야 했고 성매매 장소로 지칭되는 ‘VIP룸’에 수시로 들어갈 것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한달 50여만원의 월급이 들어왔을 통장은 입국 때 계약을 했던 매니저가 갖고 있어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2001년 입국한 필리핀인 프레시(가명·27)도 동두천 클럽에서 오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윤락과 술판매를 반복해야 했다. 10달러짜리 술 한 병을 팔면 2000원을 받았고 윤락을 나가면 3만원을 받았다.

러시아인 노리아(가명·25)는 3월 입국해 작은 방에서 4명이 함께 생활하도록 강요받았고 성매매를 거부할 경우 폭행과 욕설, 벌금까지 감수해야 했다. 하루 3차례 성매매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주인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

두레방은 업주나 이들을 고용한 매니저들이 여권이나 통장을 빼앗거나,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성된 한국어 계약서 등으로 옭아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레방은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성매매 처벌 관련 법률의 통과와 실효성 있는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피해 여성들을 위한 재활사업장과 의료시설 등도 확충할 것을 주장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