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책의향기]'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쓴 황대권씨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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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두레

사진제공 두레

차가운 감옥에서 야생초 화단을 가꾼 이야기를 책으로 내 화제가 됐던 황대권씨(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48)가 새 책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두레)을 펴냈다. 전작 ‘야생초 편지’는 그가 감옥에서 밖으로 보낸 편지묶음이었다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감옥 안의 그에게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의 얘기다.

“1999년부터 1년여간 유럽 여행을 했습니다. 그때 얼굴 한 번 본 일 없지만 1990년 1월부터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할 때까지 오랜 감옥 생활을 견뎌낼 수 있도록 힘이 돼 준 편지를 보내준 외국인들을 만났죠.”

황씨는 1999년 여름 노르웨이 앰네스티의 초청으로 오슬로에 가서 앰네스티의 모금 행사에 참가했다. 그 후 약 1년간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지를 돌며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줬던 이 지역 앰네스티와 국제펜클럽 옥중 작가위원회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다만 나라, 인종, 민족에 관해 아무런 편견 없이 그저 자기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 할 뿐이었습니다.”

1990년부터 편지를 주고받으며 황씨가 자연스레 ‘수양어머니’라고 부르게 된 영국인 로쉰. ‘메르니에 병’이란 신경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멀리서 온 수양아들을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줬다. 유명 작가인 영국인 홀만은 전 세계의 양심수와 관계당국에 보내기 위해 매주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편지를 썼다. 동성애자인 네덜란드인 잘은 헬무트라는 독일인과 25년째 ‘진정한 평등부부’로 가정을 꾸리며 양심수들을 위해 편지를 쓰고, 그들에게 보내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저금통을 채웠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갖기 어렵지요. 한국 밖에 나가 생활해 보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시민 의식이란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됐습니다.”

그는 오로지 자기이익을 최상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조용히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들을 보면서 특정한 정치 이데올로기나 종교 교리 없이도 건전한 교육과 사회생활만으로 세계동포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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