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보노보'…인류의 친척 '보노보'를 아시나요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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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프란스 드왈 글 프란스 랜팅 사진 김소정 옮김/256쪽 3만5000원 새물결

‘보노보’, 낯선 이름이다.

‘보노보침팬지’ 또는 ‘피그미침팬지’ 등으로 불리던 이 동물은 1929년에야 비로소 침팬지와 다른 새로운 종으로 인정받아 ‘보노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애정 어린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는 보노보들의 그윽한 눈동자를 유난히 많이 보여주는 이 책은 아프리카 콩고(옛 자이르)의 밀림에 살고 있는 보노보들에 대한 연구성과를 총정리한 보고서다.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왈과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프란스 랜팅은 “우리 인류와 가장 가까운 이 ‘친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고민했다”며 보노보에 대한 연구성과를 도발적 이미지들과 한데 묶는 방식을 택했다. 보노보들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담은 랜팅의 사진들이 드왈의 설명과 함께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포획된 뒤 땅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 유인원들이 새끼들과 자주 하는 놀이는 인간처럼 ‘비행기 태우기’다.사진제공 새물결

이 유인원들은 ‘보노보’란 이름을 갖게 된 후에도 사람들에게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오지에 약 1만마리밖에 살지 않는 데다 이들이 살고 있는 콩고지역은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30여년 동안 300만∼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 발발 지역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보노보와 침팬지 모두 인간과 98% 이상의 DNA를 공유하고 있지만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보노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생동감이 넘치며 약간 겁이 많은 반면 침팬지는 성질이 거칠고 급하다. 보노보는 격하게 싸우는 일이 드물지만 침팬지는 곧잘 심하게 싸운다. 보노보의 방어법은 발로 상대방을 차는 것이지만 침팬지는 상대를 움켜잡고 물어뜯는다. 수컷 중심의 침팬지 사회에서 우두머리가 바뀔 경우 이전 우두머리 수컷의 새끼들을 죽여 버리는 유아살해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지만, 암컷 중심의 보노보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유아살해가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침팬지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처럼 서로 마주보고 성행위를 하는 보노보에게 성행위는 지배나 욕망의 도구가 아니라 화해와 협력을 위한 도구다. 성행위를 매우 자주 즐기는 이들에게 짝짓기는 단지 번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소통방식으로 활용된다.

드왈은 보노보에 대한 연구성과를 정리하며 “보노보의 존재가 좀 더 일찍 알려졌더라면 인류진화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전쟁 사냥 도구제작과 활용 등 남성적 장점 대신, 성적인 관계, 수컷과 암컷간의 평등 등이 더 강조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노보 사회는 그동안 잔인한 권력과 전쟁으로 점철된 것으로 알려진 여타 유인원 사회와는 달리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드왈은 이런 연구성과를 토대로 약육강식, 적자생존, 수컷지배, 집단간 전쟁 등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동물의 본성 또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으로 설명해 온 가설들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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