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되면 각료 임명권 주겠다"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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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에게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준다면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각료 구성 권한 절반을 이양 하겠다’는 제시를 했다고 이철 당시 정몽준 대표 특보가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8일 '라디오21'과의 대담 프로그램에 이어,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가 깨진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선거운동 기간 당시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자고 해 63빌딩 커피숍에서 만났다”면서 “그 자리에서 서 대표가 ‘정 대표가 이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노 후보 지지만큼은 철회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 대표가 ‘요구를 들어줄 경우 이 후보가 당선되면 각료 임명권의 절반 정도를 정 대표에게 넘길 의향이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나는 당시 그런 제의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런 제의를 전달해주기는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결국 그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라고 자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그러나 “내가 아니라도 한나라당이 많은 라인을 통해 정 대표와 접촉을 했을 것이고, 그런 추측의 근거가 되는 말을 정 대표의 측근에게서 들었다”면서 “선거 전날 밤, 정 대표가 김행 대변인을 시켜 갑자기 ‘지지 철회’를 공표한 것이 한나라당의 회유와 연관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됐다”고 술회했다.

이 전 의원은 “나는 당시 (지지철회는)인간관계에서 옳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는 짓이라며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청원 전 대표는 “대선 당시 대표직을 맡고 있어서 당사 등에서 이철 전 의원을 몇 번 만난적은 있지만, 외부에서 따로 만난 기억은 없다”면서 “(이철 전 의원의 발언 내용에 대해)논할 가치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

대선 당시 정몽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이달희 보좌관은 “터무니없는 말이고, 대선이 끝난 후 뒷처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설이 많았는데 모두 소설이었다”면서 “이철 전 의원이 언제 그런 말을 들었는지, 우선 그것부터 밝혀야하는데, 이건 완전히 넌센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철 전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민석 전 의원 후보 단일화 협상 방해

이 전 의원은 또 김민석 전 의원의 ‘후보 단일화 역할론’과 관련해 “김민석씨는 학교 후배로 인간적으로 가까운 친구라서 개인적 실수를 대중 앞에 밝히기가 당혹스럽다”면서 “그러나 그는 단일화에 기여한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인의 명예가 실추되더라도 이 자리에서 밝혀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김민석씨는 판단을 잘못해 단일화를 주저했고 오히려 협상 과정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그가 (협상 과정에서)각종 단서를 거는 등 방해하는 행태를 보여, 바로 (단일화가)될 수 있었는데도 재협상을 하게 됐다”면서 “이후에도 그는 단일화에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민석 전 의원은 “상식이하의 발언으로 황당무계하다”면서 “이 전 의원이 맡았던 1차 협상이 깨져 결렬위기에 빠진 것을 내가 2차로 들어가 완결시겼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정 후보가 지지 철회를 선언한 다음날 정 후보의 집에까지 찾아가 ‘지지철회 번복’을 강력하게 설득했다”면서 “이 전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공개적으로 대질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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