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관련시설' 화재 무방비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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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12명이 숨진 경북 청도군 팽이버섯 공장은 160명이 일하는 대규모 시설이지만 건축법상 '동식물관련시설'로 분류돼 소방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법에 따르면 '동식물관련시설'은 소방서의 화재 예방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방서는 공장에 대해 2년마다 화재예방 검사를 하지만 '동식물관련시설'의 화재 예방은 해당 시설에 맡겨져 있다.

불이 난 공장은 연면적이 1만㎡가량이지만 600㎡ 이상이면 소방예방 검사를 받아야하는 창고보다 소방관리가 허술해질 수 밖에 없었다. 실제 불이 처음 발생했을 때 작업 인부가 휴대용 소화기로 불을 끄려했으나 소화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농어촌 지역에 산재해 많은 인원이 작업하는 사실상 공장인 '동식물관련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같은 참사는 언제든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방호구조과 관계자는 "동식물관련시설이라도 실질적인 공장이라면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처럼 불이 잘 붙는 물질을 사용하면 위험하다"면서 "건축허가시 화재 예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지방경찰청은 산소용접을 하다 불을 낸 김모씨(31)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김씨에게 용접작업을 시킨 이 농장 시설관리과장 김모씨(38)와 농장 대표 양모씨(40) 등 2명을 조사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날부터 사고 현장에 남아 있는 사체 수습에 나설 계획이지만 시신안치 장소 등을 유족과 합의하지 못해 현장감식 등 사고수습이 늦어지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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