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동화에서 6·25전쟁과 같은 경험을 틀로 잡고 꿈이라는 무늬를 짜 넣었다”고 말하자 곧바로 김씨는 “당시 어린이들은 전쟁을 겪었지만 숨바꼭질하고 꿈을 꾸는 등 동화의 세계를 잃지 않았고 바로 그 세계가 이 작품”이라고 거들었다. “서양의 판타지를 보면 판타지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마술을 부리는 등 과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 천사가 날기 위해선 날개를 달아야지요. 그러나 우리의 판타지는 꿈만 꾸면 들어갈 수 있어요. 에밀레종을 보면 구름만 그리면 날 수 있잖아요.”
최씨는 “평소 꿈을 많이 꾸는데 2001년 겨울방학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꿈을 토대로 글을 썼고 최근에서야 남편과 열흘 남짓 밤새워 문장을 다듬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특유의 입심으로 “나 같은 경학자는 주로 해석하고 풀이하며 아내는 소학자로서 음성학 문자학 문법학 같은 기초학문을 연구한다”며 “아내는 나보다 독서량도 많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85년 두 부부가 고전번역 한글표기방법인 ‘최영애 김용옥표기법’(CK시스템)을 만들었고 1986년 최씨가 번역한 중국소설 ‘루어투어 시앙쯔’에 김씨가 해석을 달기도 했다. 김씨는 요즘에도 시경을 함께 번역해 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며 역시 두 사람이 만나면 이상적 번역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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