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프리미엄']단지 같아도 학군따라 수백만원 차이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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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일차적인 가격 차별화 요인은 층과 향(向), 조망권이다. 곳에 따라서는 초중고등학교 배정 기준이 아파트 값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른바 ‘학군 프리미엄’이다.

서울 주변의 한 신도시 지역 사례에서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엿볼 수 있다.

그림 속의 A, B 아파트는 시공사가 다르지만 평형별 평면설계가 같고 1994년 상반기에 석 달 간격으로 입주가 이뤄져 주민이나 중개업소 사이에서 한 단지로 취급된다.

가격차는 ‘어느 단지에 속해 있느냐’와는 무관하게 ‘두 단지를 동서로 갈라놓는 단지 내 도로의 어느 쪽에 있느냐’에서 비롯한다. 공교롭게도 단지 내 도로를 기준으로 중학교 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도로 서쪽에 사는 학생들은 지금까지 줄곧 인근 C아파트단지에 있는 을중학교에 배정받았다. 동쪽 동(棟)에 사는 학생들은 을중학교에 배정되는 때도 있지만 대체로 갑중학교를 배정받는다. 을중학교는 갑중학교보다 멀리 있지만 인기는 더 높다.

이런 사정이 아파트 값에 반영돼 있다. A, B 단지의 평형 가운데 중학교 다닐 시기의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이 찾는다는 27평형을 예를 들어 보자.

거래가 이뤄졌던 ‘10·29대책’ 발표 직전을 기준으로, B아파트 302동(동향)의 시세는 향이 같은 A아파트 202동보다 500만원 비쌌다. 학군 프리미엄이 500만원인 셈.

B아파트 301동(남향)은 같은 향의 A아파트 201동에 비해 1000만원 비쌌다. B아파트 301동이 A, B 단지 전체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점을 감안하면 1000만원의 가격차는 △앞서 말한 학군 프리미엄 500만원과 △‘조망권 프리미엄’ 500만원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B아파트 301동의 시세는 A아파트 202동에 비해 3000만원 높다. 이 3000만원에는 학군, 조망권, 향과 관련한 프리미엄이 모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군 프리미엄은 을중학교를 감싸고 있는 C아파트 27평형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C아파트 401동은 A, B단지의 27평형 가운데 가장 비싼 B아파트 301동과 입주 시기와 평형, 향이 같지만 2000만원 비쌌다.

한 중개업자는 “고등학교 평준화 이전에는 고교 학군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었으나 평준화가 이뤄진 2001년 이후엔 중학교 배정을 기준으로 프리미엄이 세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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