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55>緣 木 求 魚 (연목구어)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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緣 木 求 魚 (연목구어)

緣-인연 연 覇-우두머리 패

舊-예 구 殃-재앙 앙

戮-죽일 륙 說-달랠 세

戰國時代(전국시대)라면 諸侯(제후)들이 하나같이 천하의 爭覇(쟁패)에 혈안이 되어 있던 때다. 그 같은 현상을 누구보다도 개탄한 자는 孟子(맹자)였다. 그의 정치이론은 오직 하나, 전쟁을 하지 않고 仁義(인의)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이른바 王道政治(왕도정치)로 孔子(공자)를 비롯한 儒家(유가)들의 理想(이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諸侯들에게 그것은 ‘소귀에 경 읽기’일 뿐이었다.

齊宣王(제선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孟子를 만나자 대뜸 春秋時代(춘추시대) 齊桓公(제환공)과 晉文公(진문공)에 대해 듣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 王道같은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覇道에 대해서나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孟子는 은근히 비꼬면서 말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왕께서는 지금 영토를 확장해 소위 覇業(패업)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舊態依然(구태의연)한 그런 방법(즉 武力動員)을 가지고 천하를 손안에 넣겠다는 발상은 마치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자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齊宣王은 깜짝 놀랐다.

“아니! 왜 그게 그렇게 터무니없다는 이야기요?”

“터무니가 없는 정도가 아닙니다.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야 혹 못 잡더라도 後患(후환)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같은 방법으로 천하를 얻고자 한다면 뒤에 반드시 災殃(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결국 孟子의 말은 仁義(인의)를 바탕으로 하는 王道政治를 행할 것이지 쓸데없이 武力이나 사용하여 백성을 괴롭히고 殺戮(살륙)을 일삼는 그런 어리석은 행위는 그만 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武力으로 覇業을 追求(추구)하는 것은 마치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려는 짓이나 진배없는, ‘전혀 무의미한’ 짓이기 때문이다.

孟子의 주장을 뜯어보면 틀리는 구석은 없다. 그러나 당시 시대상황을 외면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엄밀히 말해 緣木求魚의 愚(우)를 범했던 것은 宣王이 아니라 孟子 자신이 아닐까. 당시 覇業追求에 血眼이 돼 있던 諸侯들에게 한가롭게 王道政治나 강조했으니 말이다. 孟子나 孔子의 遊說(유세)가 실패로 끝난 것도 다 일리가 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는 법. 당시 諸侯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론은 富國强兵策(부국강병책)이었다. 이 점을 간파한 法家(법가)들은 열심히 秦(진)나라를 섬겨 마침내 패자로 만들고 만다. 孟子의 ‘緣木求魚’論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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