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에서 사제의 道를 배우다…이상적인 멘터-멘티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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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대장금에서 멘터링(mentoring)을 배워라!’ 리더십이 여성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남성에 비해 상호 유대관계가 부족한 여성들 사이에서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멘터링 활용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멘터링이란 사회경험이 풍부한 멘터(mentor·스승)와 사회초년생인 멘티(mentee·제자)가 만나 서로의 인격과 능력을 계발하는 과정.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 상궁(양미경)과 장금(이영애)이 바로 멘터와 멘티다. 15일 방영분에서 한 상궁은 죽었지만 그의 가르침은 장금의 평생 길잡이가 된다.》

원래 멘터링은 그리스신화에서 유래된 말. 영웅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에 나가기 위해 가장 친한 친구인 ‘멘토르(Mentor)’에게 아들을 맡겼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선생, 친구, 부모처럼 잘 키웠고 10년 후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훌륭하게 자란 아들을 보게 됐다. 이때부터 그 이름이 ‘훌륭한 선생’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된 것.

멘터링은 특히 막 사회에 나온 여성이 자신감과 자기 발전의 동기를 얻는 데 중요하며 이미 리더로 부각되기 시작한 여성들에게도 인적 네트워크를 갖는다는 의미가 있다.

체계적인 멘터링을 보급하는 컨설팅회사인 한국멘터링코칭센터(www.mentorcoach.co.kr) 대표 이용철씨, 여성부의 여성 포털사이트 위민넷에서 사이버멘터링 코너를 운영하는 여성 마케팅 전문기업 ‘사비즈’(www.womenpia.com) 사장 김희정씨의 도움을 받아 ‘대장금’에 나타난 이상적인 멘터링 방법을 분석했다.

#1. 멘터는 멘티로 하여금 스스로 깨우치게 하라.

궁에 들어온 어린 장금을 맡게 된 한 상궁은 물을 떠오는 것부터 시킨다. 수백번 물을 갖다 주어도 번번이 ‘아니다’라고 말하던 한 상궁은 장금에게 딸이 배탈 날 것을 염려해 흙이 섞인 비가 내리면 물을 끓여주던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제야 장금은 물을 떠오기 전에 한 상궁의 몸 상태를 묻고 목이 아프다고 하자 소금을 넣은 따뜻한 물을 가져다준다.

“먹을 사람의 몸 상태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모든 것을 생각해 음식을 짓는 마음, 그게 요리임을 얘기하고 싶었다.”

물 한 그릇을 떠오는 데도 먹는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였다.

김씨는 “좋은 멘터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따르도록 지시하지 않고 멘티가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을 깨치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2. 멘터는 멘티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라.

최고상궁이 되기 위해 최 상궁(견미리)과 경합을 벌이게 된 한 상궁은 일시적으로 미각을 잃은 장금을 자신의 상찬나인(보조요리사)으로 임명한다. 맛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음식을 하느냐며 마다하는 장금에게 한 상궁은 말한다.

“음식을 하는 데는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하나는 손맛이다. 너는 피나는 노력도 했고 천부적인 손맛도 있다. 두 번째 능력은 맛을 그리는 능력이다. 너는 어떤 식재료와 다른 식재료가 더해졌을 때 그것이 어떻게 조화돼 맛이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를 안다.”

한 상궁은 장금에게 맛을 보지 않고 손끝의 느낌만으로 음식을 만들게 하고 장금이 만든 음식을 먹어 본다. 그는 맛을 본 뒤 “너는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눈물을 흘린다.

영리한 장금도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훌륭한 멘터는 멘티의 숨겨진 능력을 찾아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3. 멘터와 멘티는 평등한 파트너다.

미각을 잃어 버린 자신이 방해가 될까봐 자꾸 물러나려는 장금에게 한 상궁이 하는 말.

“나를 도와 줄 사람은 너밖에 없다. 너의 음식 솜씨가 나를 도와 주고 너의 음식에 대한 마음이 나를 바로 이끌 것이며 너의 호기심이 나를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이씨는 멘터와 멘티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배우는 ‘평등한 관계’라고 강조한다. 상호 인격을 존중하면서 멘터도 멘티에게 배워야 한다는 것. 멘터링은 멘터에게도 몇몇 부가적인 이점을 가져다준다. 멘티의 창의성과 젊은 기운은 멘터를 재충전시키고 커리어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마리안 루더만과 패트리샤 오롯 공저 ‘21C여성리더십’)

그래서 멘터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 그저 멘티를 보살펴 주고 최선을 다해 도우면 된다.

반면 최 상궁과 금영의 경우 쌍방향인 멘터링 관계라기보다는 최 상궁이 권력을 위해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관계에 가깝다.

#4. 믿어라. 그리고 결정적일 때 도와라.

한 상궁은 평소에 장금에게 그리 살갑게 대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장금을 믿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몸을 던져 돕는다.

장금도 마찬가지. 명나라 사신을 위해 산해진미를 준비했다가 사신이 소갈(당뇨병)을 앓는다는 얘기에 채소만으로 상을 차린 한 상궁이 잡혀가자 목숨을 걸고 나아가 그를 변호한다.

멘터와 멘티는 목표달성을 위한 타산적 관계가 아니라 이해와 배려로 맺어진 동반자, ‘또 하나의 가족’이다. 한 상궁도 장금에게 말했다. “장금아, 너는 내 딸이다.”

#5.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멘터, 멘티를 찾아라.

한 상궁은 온화하고 기품이 있으면서도 근엄함도 갖춘 여성적 리더십의 표본이다. 장금은 영리하고 탐구심이 왕성한 데다 한 상궁을 어머니처럼 따른다.

김씨는 “멘터는 당신의 꿈을 알고 그 꿈 가운데 어떤 것이 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지 아는 사람이어야 하며 ‘당신이 보기에’ 성공한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이면 더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멘티가 멘터를 찾는다. 이씨는 “인생의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주변 사람 중 그와 관련된 사람을 찾아라”라며 “주변에 없거든 그 분야의 유명인을 찾아 멘터 추천을 부탁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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