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한국기업 노린다…선진기술 확보겨냥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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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란싱(藍星)그룹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사냥’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업, “기술이 필요해”=현재 중국 기업이 인수했거나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은 쌍용차를 포함해 지난해 말 중국 비오이그룹이 인수한 비오이하이디스, 오리온PDP 등이 있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선진기술을 단번에 확보하기 위한 것. 삼성경제연구소 정상은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중국은 시장을 내주면서 기술을 전수받는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자 최근 들어 기업인수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기업의 경우 막대한 인수자금을 국내에서 저리(低利)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회사인 TCL은 독일계 슈나이더와 프랑스계 톰슨아메리카를 잇달아 인수했다. 쌍용차 인수전을 지휘한 조인자 란싱그룹 부회장도 “최근 중국 기업들의 화두는 부가가치가 높고 향후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독(毒)인가, 약(藥)인가=산업연구원 김화섭 동북아산업협력팀장은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놓고 산업공동화라는 지적이 많은데 중국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는 이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첨단기술을 제외한 일반기술의 경우 이미 독점이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자본의 국내 한계기업 인수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나 정 수석연구원은 “거대 시장을 갖추고 있는 중국 업체가 기술력을 갖춘 한국 회사들을 인수하면 조만간 국내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쌍용차가 중국에 인수된다고 해도 당장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현대자동차와의 경쟁력 차이가 이미 크게 벌어져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한국차의 경쟁자는 일본 자동차”라고 말했다. 동양종금 민후식 팀장은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에서도 양국간 기술 격차가 커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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