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이하이디스 최병두사장 "中자본 유입 거대시장 진출기회"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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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이하이디스 최병두 사장.
비오이하이디스 최병두 사장.
“2005년 베이징에 건설 중인 22만평의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부품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지난해 말 중국 전자업계 20위 기업인 비오이그룹(BOE)에 매각된 비오이하이디스 최병두(崔炳斗·54) 사장은 ‘최근 중국 자본의 한국기업 인수’ 물결을 의식한 듯 이렇게 말했다.

비오이하이디스는 중국 자본이 국내 첨단산업에 진출한 최초의 사례. 비오이그룹은 3억8000만달러(1억8830만달러는 국내 신디케이트론)를 들여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비오이하이디스를 사들였다.

중국 란싱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고 또 다른 서너 곳의 중국 기업이 오리온PDP 매수 협상테이블에 앉았다고 알려진 상황, 경기 이천시 비오이하이디스에서 최 사장을 만났다.

우선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 물었다. 비오이그룹이 대형 TFT-LCD인 5세대 라인을 완공하게 되면 한국 기업과 일정부분 경쟁은 불가피하다. 베이징공장에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력 상품 중 하나인 디지털 TV용 30인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기 때문.

최 사장은 “12억달러를 들여 베이징에 건설 중인 5세대 TFT-LCD 공장 설비를 비오이하이디스가 전담한다”며 “한국 기술이 넘어갈 것이라는 점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론을 폈다.

“1990년 일본에서 시작된 TFT-LCD 기술이 한국과 대만을 거쳐 중국으로 건너가는 것은 시대의 대세다. 일본 NEC도 상하이에 2004년 말 완공을 목표로 5세대 라인을 건설 중이다. 예전에는 기술보유국이 신기술을 움켜쥘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기술보유국이 많아져 예전과 같은 기술 안넘기기 담합이 불가능해졌다. 문제는 누가 기술이전을 해주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가 하는 것이다.”

기술이전과 관련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베이징공장 건설을 우리가 전담함에 따라 인근에 별도로 조성될 20여만평의 TFT-LCD 부품단지에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 사장은 “비오이그룹의 인수로 1년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했다. 올해 8500억원 매출에 800억원의 순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1년간의 성과를 밝혔다.

이 때문에 1800명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고, 올해 12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도 뽑았다. 외환위기 후 이른바 빅딜에 따라 현대전자에서 하이닉스로 넘어가면서 온갖 풍상을 겪은 직원들도 공장이 쉴새없이 돌아가자 안정을 되찾은 분위기였다.

국부유출 우려에 대해서 최 사장은 “1억8830만달러의 신디케이트론을 갚을 때까지는 100% 주주인 비오이그룹에 대한 배당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측은 한국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부사장이 파견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모다. 중요 사안은 예전과 다름없이 한국인들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비오이그룹의 집행위원 5명 중 1명으로 선임돼 그룹의 TFT-LCD 사업을 총괄하며 베이징법인(BOEOT)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최 사장은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해 보니 기업을 도우려는 공무원들의 열성과 중앙정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은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기술유출을 우려하기 이전에 먼저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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