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생포 이후]불안해진 北, 대외협상력 약화

  • 입력 2003년 12월 16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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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체포한 것이 북한 지도부와 북한핵 문제의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북한 지도부를 불안에 빠뜨려 강경파의 득세를 초래하겠지만 북한의 대외협상력 약화가 불가피한 만큼 향후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일연구원 허문영(許文寧) 선임연구위원은 16일 “북한 지도부가 CNN을 통해 후세인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겠느냐”며 “이른바 ‘바그다드효과’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효과는 이라크 전쟁에서 거듭 확인된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이 북한의 대미 공포감을 더욱 심화시킨 것을 의미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월 이라크전 발발 후 51일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채 백두산 부근 삼지연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스 키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회견에서 “절대 권력을 누려 온 김 위원장은 후세인의 비참한 종말을 목격하고 정권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북한 지도부는 당분간 대내 결속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김용현(金榕炫) 책임연구원은 “북한 전역에서 위원장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결의대회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세인 체포가 북한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외교 경제 군사 분야의 3각 공세를 강화할수록 북한은 움츠러들 것”이라며 “북한은 그동안의 강경한 대응에서 방어적 협상자세로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책임연구원도 “북한은 대외적으로 강경한 논평을 내거나 추가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기 보다는 6자회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도 “후세인 체포는 북한 지도부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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