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15일 검찰 조사받고 귀가 “모두 내책임…감옥 가겠다”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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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검찰청 청사로 자진 출두하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 전 총재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대검 중앙수사부장실로 직행했다. -강병기기자
15일 대검찰청 청사로 자진 출두하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 전 총재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대검 중앙수사부장실로 직행했다. -강병기기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는 15일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모금)은 대선후보였던 내가 시켜서 한 일이고 기업들은 나를 보고 그 큰돈을 준 것이다”며 “따라서 대선후보이자 최종 책임자인 내가 처벌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가진 대(對)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곧바로 오전 10시40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자진 출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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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회견문에서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기업으로부터 500억원가량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 썼고 이런 불법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었다”며 “지금은 백 마디 말보다는 행동으로 나의 책임을 다할 때이며 앞으로 어떠한 추가적인 불법 자금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또한 모두 나의 책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총재는 “대리인들만 처벌받고 최종 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에서는 결코 대선자금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할 수 없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대선자금과 관련해 고백성사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총재는 “측근들이 사전에 나에게 기업체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할 계획을 보고했을 때 ‘받아 오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또 “검찰이 마치 이 전 총재가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모른다는 듯이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 전 총재는 8시간 넘게 사건 내용에 대해 조사를 받았고,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 전 총재가 검찰에 출두한 만큼 노 대통령도 상응하는 양심적 조치를 취하는 게 떳떳하다”며 “노 대통령도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의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상당시간 진술을 했으나 진술이 수사에 도움이 될 만큼 구체성을 띠지는 못했으며, 법적으로 의미있는 진술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총재를 상대로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과 서정우(徐廷友·구속) 변호사 등에게 불법 모금을 지시했는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에서 502억원의 불법 자금이 유입된 과정과 집행 내용 등을 보고받았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총재에게서 참고인 진술조서만 받은 뒤 이날 저녁 일단 귀가 조치했으며, 추후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 이 전 총재를 다시 조사할 필요가 생기면 재소환해 법적 책임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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