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대검방문 '부적절한 처신' 논란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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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朴範界) 대통령법무비서관이 이광재(李光宰) 전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그룹 비자금 1억원 수수관련 조사를 받고 있던 12일 오전 11시경 대검 청사를 방문해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과 김종빈(金鍾彬) 차장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밝혀져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 예정인 박 비서관이 비록 인사차 방문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더욱이 대통령 핵심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예민한 시점에 검찰수뇌부와 독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수사개입이나 압력행사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설령 박 비서관의 해명을 100% 받아들인다고 해도 근무시간 중에 상급자인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보고도 없이 사적인 용무를 본 것은 공직기강 해이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비서관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 출마 인사차 송 총장과 김 차장을 각각 만나 20분씩 환담을 나눴다"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인사를 드리자 송 총장은 '열심히 해보라. 검찰이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게 잘 치르라'면서 충고도 했다"고 전했다.

박 비서관은 그러나 수사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 방에 마침 YTN이 켜져 있어 이 전 실장 조사와 안희정(安熙正)씨 검찰소환 뉴스가 흘러나왔지만 수사와 관련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비서관은 "만약 수사에 간여하려 했다면 외부에서 따로 만나지 공개적으로 찾아가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송 총장도 "박 비서관이 이임인사를 왔을 뿐"이라고 했고, 김 차장도 "이임인사를 왔기에 '수고하셨다'는 상투적 인사 외에 수사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일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법 판사를 지내다가 지난해 대선 직전 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지를 위해 판사 복을 벗고 노 캠프에 합류한 박 비서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민정2비서관을 지내면서 검찰개혁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인물.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3월 초 '검사와의 대화'를 할 때 배석한 문재인 민정수석과 박 비서관을 일으켜 세워 "이 사람들이 검찰개혁을 할 사람들"이라면서 각별한 신임을 표시하기도 했다.

386 참모인 박 비서관은 청와대 안에서 이광재 전실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만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대전 유성이나 서구을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노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이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면 그거야 말로 '욕교반졸(欲巧反拙·너무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안 된다)'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 측근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직접 전달하고, 청와대와 검찰이 입 맞추기와 짜 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 청와대와 검찰은 진상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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