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마틴 加 신임총리 취임 “대권도전 13년만에 先親 꿈 이뤄"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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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캐나다의 신임총리가 된 폴 마틴 전 재무장관(65)은 취임식장에 ‘아버지의 국기’를 걸었다.

집권 자유당 원로 정치인이었던 부친 폴 마틴 시니어가 92년 숨졌을 때 의사당에서 조기(弔旗)로 썼던 바로 그 국기였다. 신임 총리는 이 얘기를 하면서 눈가를 훔쳤다.

25년간 장관직을 지낸 부친은 68년 자유당 당수직에 도전했으나 좌절했고, 결국 총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마틴 총리 자신도 90년 자유당 총재 경선에서 이번에 퇴임한 장 크레티앵 전 총리에게 패했다. 크레티앵 전 총리는 10년간이나 집권했다. 마틴 총리는 크레티앵 정권의 재무장관직에 만족해야 했다.

크레티앵 전 총리는 93년 총리에 취임하자마자 정계 진출 전 해운업계에서 성공을 거듭해 ‘캐나다 스팀십’이라는 해운회사까지 사들인 그를 재무장관으로 발탁했다. 마틴 총리는 주로 정부 지출 삭감이라는 인기 없는 정책을 수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마틴 총리는 98년 캐나다 재무장관으로서는 27년 만에 처음으로 균형예산을 달성했고, 그 뒤 5년간 흑자 재정을 유지했다.

마틴 총리가 차츰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자 크레티앵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그를 전격 해임했다. 그러나 마틴 총리는 이를 오히려 ‘대권 도전의 기회’로 활용했다.

마틴 총리는 크레티앵 정권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정권의 부패 스캔들로 얼룩졌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고, 지난달 자유당 총재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총리 직을 승계했다.

마틴 총리는 캐나다 정계에서 ‘양심적인 자본주의자’로 불린다. 그는 교육의료 예산 확충, 미국과의 관계 개선, 빈국들의 외채 삭감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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