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천 빚변제’ 盧는 몰랐을까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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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가 지난해 대선 전후 7억원 이상을 노 대통령의 친구인 선봉술 전 장수천(노 대통령의 투자회사) 대표에게 전달한 사실이 14일 밝혀짐에 따라 이 돈의 사용처와 최종 수혜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씨는 노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姜錦遠·구속) 창신섬유 회장에게서 지난해 12월 15일(1억5000만원)과 12월 24일(3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받아 전액을 선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과 12월 4차례에 걸쳐 9억5000만원을 선씨에게 직접 줬다”며 이 돈의 일부를 안씨를 통해 준 사실을 숨겼다.

검찰은 이날 안씨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안씨가 선씨에게 전달한 이 돈이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안씨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돈이 최종적으로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에 따라 이 돈이 노 대통령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안씨에게 장수천의 채무 변제용으로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장수천의 운영에는 노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으며 선씨는 장수천이 매각될 때까지 이 회사 대표를 맡아 장수천을 위해 사용된 돈은 사실상 노 대통령에게 건네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돈이 건네진 명목은 장수천의 채무 변제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 돈이 전부 채무 변제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돈이 장수천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 측근비리의 불똥이 노 대통령에게 옮아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사팀은 실제로 선씨가 안씨 등에게 받은 자금 중 일부를 장수천의 채무 변제에 사용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보여 노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안씨가 지난해 대선 전 수수한 출처 불명의 5억9000만원 중 절반 이상이 선씨에게 추가로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선씨는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검찰은 선씨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거나 노 대통령을 위해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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