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 도지사 열우당 합류]PK사수-공략 총선 혈투 신호탄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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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 경남(PK) 지역이 심상치 않다. 15일로 예정된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의 전격적인 한나라당 탈당-열린우리당 합류 선언이 계기가 될 조짐이다.

10년 동안 지사직을 수행하며 두터운 인맥과 지명도를 쌓아온 김 지사는 지역구 출마보다는 전국구를 맡아 영남권 총선 지휘의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김 지사의 탈당 선언에 경남 지역의 3선 기초단체장 일부와 유력한 저명인사가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단체장들의 탈당 도미노현상을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은 김 지사의 입당을 전환점으로 PK권 세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에 입당 예정인 일부 기초단체장의 총선 경쟁력은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을 거뜬히 제칠 수 있다는 게 열린우리당측의 분석이다.

이처럼 일부 기초단체장에 이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징발될 거물급 인사들까지 대거 투입될 경우 영남권의 수세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게 열린우리당측의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텃밭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주 김 지사의 탈당설이 감지됐지만 김 지사의 결심이 굳은 것을 확인,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김 지사의 탈당은)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재판”이라고 말했다. 비리 혐의로 안 시장이 구속된 것이나 김 지사의 탈당이 결국 청와대의 영남권 공작 결과라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최 대표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일부 도지사를 청와대로 부르고 있고 시장 군수들이 다 넘어가고 있다”고 위기감을 토로했었다.

한나라당은 현재 과감한 공천 물갈이를 통해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김 지사가 탈당 과정에서 정치적 후견인이었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점은 파괴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YS 대변인 격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14일 “김 지사의 탈당은 YS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김 지사의 탈당으로 약간의 바람은 불겠지만 YS의 힘이 실리지 않을 경우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순형(趙舜衡)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주당 부산 영도지구당 개편대회에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지지연설을 했던 ‘자갈치 아지매(본명 이일순)’가 등장해 “국민이 믿고 따르도록 민주당이 열심히 한다면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다”고 지지를 표시했다.

열린우리당 동반 입당 거론 인사
이름입장
김병로(金炳魯) 진해시장(3선·무소속)김 지사와 행동을 같이 할 것
이상조(李相兆) 밀양시장(3선·한나라)고민 중
정해주(鄭海(주,반)) 진주 산업대총장(전 국무조정실장)고민 중
정구용(鄭九鎔) 전 하동군수(한나라)김 지사를 도울 생각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부산-경남 민심▼

김혁규 경남도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소식을 접한 경남 진주의 회사원 신현배(申鉉培)씨는 14일 “정치인들이 약속을 잘 뒤집는다고 생각했고 김 지사가 당적을 옮겨 더 잘 될지는 모르지만 씁쓸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김 지사의 탈당 소식에 부산 경남지역 주민들은 크게 놀랐고 특히 한나라당 소속 경남도의회 의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의 탈당에 대한 부산 경남지역 주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비난 쪽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그의 우리당 입당이 상승 분위기에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한나라당 소속의 한 경남도의회 의원은 “얼마 전 김 지사가 도의회에서 분명히 ‘(열린우리당에) 안 간다’고 답변 해놓고 이렇게 배신할 수 있느냐”며 “단지 전국구 국회의원이나 장관직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대통령 병’이 도진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소속 도의회 의원들은 김 지사가 15일 탈당을 공식 선언할 경우 즉각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현직 교사인 박모씨(33·경남 밀양시)는 “김 지사가 당적을 옮기더라도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에서 민심의 동요까지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구시대’ 사람에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조차 뚜렷하지 않은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것을 볼 때 열린우리당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강기갑(姜基甲) 의장은 “김 지사의 열린우리당 입당은 그가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당에서 일해 보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정치개혁을 내세우면서 출범한 열린우리당이 내년 총선과 지역기반 구축을 위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영입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또 “김 지사는 보수정당에서 오랫동안 일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농민이나 서민을 위한 행정을 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직 교장인 김모씨(64·부산 사하구 괴정동)는 “자신을 키워 준 한나라당을 등지는 것은 권력을 좇는 모습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한나라당에서 혜택을 입은 만큼 당을 떠나기보다는 남아서 잘못된 부분을 개혁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의사 김모씨(37·여·)는 “김 지사가 어느 당으로 옮기든 별 관심이 없다”며 “김 지사의 탈당은 이해타산에 따라 자리를 옮기는 모습으로 여겨질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동아닷컴과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등에도 김 지사의 당적 변경을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으나 일부에서는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나라를 위한 용단”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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