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번호이동성 시작도 전에 '잡음'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40분


코멘트
번호이동성 도입을 보름가량 남겨 두고 일선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편법 번호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휴대전화 번호는 그대로 두고 사업자만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성은 내년 1월 1일 정식으로 시작되지만, 대리점들이 가입자 ‘선(先)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

SK텔레콤 가입자인 회사원 강희주씨(32·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10일 구형 단말기를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서울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았다. 대리점 직원은 “내년 번호이동성 도입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A사로 미리 옮기게 해 주겠다”고 권했다. “번호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강씨가 거절하자 직원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A사에 신규 가입해 새 번호를 받은 뒤, SK텔레콤에 ‘자동연결’(착신전환) 서비스를 신청하면 011로 걸려 오는 전화가 자동으로 A사로 연결이 돼, 남들에게 새 번호를 알려줄 필요가 없다. 내년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새로 받은 A사의 번호는 소멸시키고 기존 011번호를 A사로 옮기면 된다. 때문에 “A사만 제공하는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저렴한 요금, 새 단말기를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직원의 설명. SK텔레콤 이용요금 중 1만원과 자동연결 서비스요금 등 1만900원을 대리점이 대신 내 주는 조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동통신 대리점주는 “내년이 되면 가입자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편법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14일 “요금대납은 불법 보조금 지급과 같으며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차별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정부는 이동통신 업체 본사와 대리점을 동일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