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민영화 김정태 국민행장 "투명 지배구조가 국민銀 이끌것"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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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국민은행장-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정태 국민은행장-동아일보 자료사진
“앞으로 국민은행은 외국자본이 주도하지도 않고 ‘최고경영자(CEO) 독재’도 아닌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의해 이끌어갈 것입니다.”

12일 이뤄진 정부의 지분(9.1%) 매각으로 완전한 민영은행으로 거듭난 국민은행 김정태(金正泰) 행장. 그는 13일 본보 기자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하고 “정부의 협조 요청에는 선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이날 밤 10시경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 거실에서 두 시간가량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민영화의 의미를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는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감사원 감사 등 공기업으로서 여러 가지 평가를 받고 역할도 하게 돼 있다. 공기업일 때는 업무 처리 방식이 효율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오렌지주스를 살 때 싸고 좋은 것만 사면 되는데 이걸 입찰에 부쳐야 한다. 그래서 100% 민영화를 바라는 것이다.”

―이번에 자사주(自社株)로 취득한 주식은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가.

“이번 매입분을 포함해 우리가 확보한 자사주 9.22%는 지금 시세대로 해도 1조200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계륵’ 같은 존재다. 인수 자금이 엄청나지만 경영권을 장악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투자가로서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내년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선 4∼5%씩 인수할 곳을 찾아보고 안 되면 3%씩 세 군데 정도에라도 나눠 팔 생각이다.”

―정부 지분이 사라지면서 캐피탈그룹이나 ING그룹 등 외국계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주주들 나름이다. 일부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일부는 자주 e메일 보내고 편지 보낸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룰’이란 게 있다. 국민은행 경영자가 싫으면 자기들이 떠나는 것이다. ING도 국민은행 이사진에 사외이사와 상임이사 각 한 명씩 겨우 두 자리를 갖고 있을 뿐이다. 경영권이 외국계 투자자에게 없는데 어떻게 외국계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김 행장 체제가 더 강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나.

“그건 국민은행 속을 안 들여다봐서 하는 소리다. 우리는 사외이사조차도 100% 독립적인 자문위원회에서 추천받지 못하면 탈락하게 돼 있다. 그런 가운데 행장을 선임하는데 ‘김정태 독재’가 가능하겠는가. 특히 사내이사가 4명에 불과해 이들만으로는 이사회 구성도 안 된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 등 명목으로 협조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것을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거부한다는 건 아니다. 시장 시스템에 관한 것이라면 앞장서서 협조하겠다. 하지만 특정 기업의 문제라면 거부하겠다.”

―민영화된 만큼 내년 경영 전략에 변화가 있나.

“건전성에 굉장히 역점을 두겠다. 외형성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률 정도의 성장만 생각하고 있다. 소매 금융과 방카쉬랑스, 수익증권 등 비(非)은행 분야를 강화하겠다. 증권사는 굳이 합병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또 아시아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 2, 3년 후쯤에 일본은행 인수를 생각하고 있다. 중국도 6, 7년 후를 내다보고 들어갈 것이다.”

―최근 카드 문제는 어떻게 보나.

“다른 대책이 없다. 경기가 좋아져 어려운 사람의 소득이 늘어나야 풀리는 문제다. LG카드 문제는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본다. 지금은 관심 있는 사람이 베팅할 시기다. 잘만 판단해 구조조정하고 이끌어 가면 한 번은 큰돈을 벌 수 있다. 특히 은행이 인수하면 유동성 문제가 사라져 상당히 매력 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

최근 급성 폐렴으로 입원한 점을 들어 건강상태를 물어보자 김 행장은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잖아요”라며 우회적인 답변으로 ‘건강’을 과시했다. 그는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딸이 곧 돌아올 것이라며 “자녀교육의 포인트는 자율권을 최대한 주되 정직하게 살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말이 은행 경영과도 맥이 닿는지 묻자 빙그레 웃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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