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약세, 亞-유럽 수출경쟁력 발목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27분


코멘트
달러화 약세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 뉴스는 최근 “미국이 강한 달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달러화 가치는 19%나 떨어졌다”며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아시아와 유럽의 대미(對美) 수출을 줄여 이들 국가들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석은 달러화 약세가 상당기간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2005년이면 국내총생산(GDP)의 5.8%에 육박해 하루에 30억달러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달러화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도 11일 내놓은 반기(半期)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상수지 적자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 달러화 약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2·4분기(4∼6월) 달러 표시 자산 91억달러를 팔아 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자본의 미국 국채 매입 규모도 5월 411억달러에서 9월에는 56억달러로 86% 급감했다.

블룸버그 뉴스는 “유럽 중앙은행들은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강세가 계속되면 향후 2년간 유로권 성장률이 0.5%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의 경기 회복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2일 “엔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달러당 1엔 떨어지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250억엔, 닛산은 100억엔, 소니는 50억엔씩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엔화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올해 16조엔을 쏟아 부었지만 엔화 강세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또 외환시장 개입 자금도 거의 바닥난 상태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