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철의 性보고서]'사정억제' 권할 것 못된다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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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불루(接而不漏).’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성(性)의 고전들은 정액의 낭비를 경고했다. 정액에는 정력에 필요한 농축 에너지가 들어 있지만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 마구 쓰면 정력이 쇠퇴하고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권장된 것이 성관계를 갖되 사정을 절제하는, 바로 ‘접이불루’다.

그러나 정자는 늙어 죽을 때까지 무한정으로 생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정액에는 생명을 보호하거나 젊게 하는 신비의 물질이 들어 있지도 않다.

되레 접이불루는 권할 것이 못된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골반부와 외성기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액이 과잉상태가 된다. 사정을 하면 이 혈액은 골반 근육의 강력한 수축으로 깨끗이 배출돼 몸이 가볍고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성적 흥분만 있고 사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혈액이 배출되지 못해 피가 뭉치는 ‘울혈’ 상태가 지속돼 고환에 무거운 통증과 불쾌감을 남긴다. 몸이 개운하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남성은 한번 사정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자극을 줘도 다시 발기가 되지 않는데 이 기간을 무반응기라고 한다. 20대 때야 사정 직후 1분 이내에 재발기가 가능하지만 30세 이후 무반응기는 점점 길어진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르면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67세의 W씨는 부인과 사별한 뒤 48세의 여성과 재혼했다. W씨는 평소 ‘성 건강’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새 부인과의 첫날밤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발기력이 떨어져 실패했다. W씨는 당황했고 불안감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계속 성관계에 실패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W씨는 발기부전 환자가 돼서 병원을 찾아야 했다.

무반응기는 50대 후반이 되면 하루를 넘기기도 한다. W씨처럼 70대에 가깝다면 무반응기가 한 달 이상이 될 수도 있다. W씨는 무반응기에 성관계를 시도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인데 이를 몰라 발기부전 환자가 된 것이다.

따라서 부인과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노령의 남성은 한번 사정한 뒤 부인이 다시 성관계를 요구할 때에 대비해 사정을 참는 것이 필요하다. 노령에서는 사정을 안 해도 울혈이 쉽게 풀리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세철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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