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정액유전자 진화 거듭… 고릴라-인간보다 더 안정적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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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액의 비밀이 유전자 차원에서 밝혀진 침팬지. -사진제공 사이언스
최근 정액의 비밀이 유전자 차원에서 밝혀진 침팬지. -사진제공 사이언스
침팬지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성교하는 것으로 유명한 바람둥이다. 최근 암컷을 임신시키기 위한 침팬지 수컷의 치열한 경쟁이 유전자 차원에서 밝혀졌다.

침팬지 정액에는 다른 수컷 정액이 못 들어오도록 암컷의 질에서 단단하게 굳어버리는 단백질인 정낭 분비물(semenogelin)이 포함돼 있다. 반면 이런 막을 깰 수 있는 효소도 들어있다. 당연히 서로 다른 정액 사이에 ‘백병전’이 일어나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낭 분비물의 유전자도 새로운 버전으로 변신해야만 한다. 그 결과 상당히 진화가 진행되면 집단의 유전자는 가장 잘 적응하는 한 종류로 바뀌어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분자진화저널’ 11월호에는 미국 브라운대 진화생물학자 사라 킹간이 이끄는 연구팀이 인간 12명, 침팬지 10마리, 고릴라 7마리를 대상으로 정낭 분비물의 유전자를 분석한 내용이 실렸다. 분석 결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거의 같은 버전으로 드러난 반면, 고릴라의 유전자는 제각기 달랐다. 인간의 유전자는 중간 정도에 해당했다.

연구팀은 “침팬지의 정낭 분비물 유전자는 더 효과적인 한 종류로 진화해 안정적인 상태에 도달한 결과인 반면, 일부다처의 특권을 누리는 고릴라는 경쟁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유전자가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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