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완전 민영화 이후]실적 나쁠땐 외국인 주주 경영 개입

  • 입력 2003년 12월 13일 0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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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정부보유 지분 9.1% 가운데 8.15%(2742만3761주)를 자사주로 인수하면서 사실상 네덜란드 ING그룹 주도의 ‘외국계 연합은행’이 됐다.

그간 국민은행은 외국인이 72.36%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되었지만 경영권은 1대 주주인 정부에 의해 좌우돼 왔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정부지분이 모두 매각되면서 지배주주가 없는 ‘주인 없는 은행’이 됐다.

10월 15일 현재 5.99%의 지분을 보유한 캐피탈그룹이 자사주에 이은 2대 주주지만 이 회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투자기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3대 주주인 ING그룹(3.78%)과 기타 주주들이 군소주주로서 김정태(金正泰) 행장을 견제하는 새로운 지배구조가 형성될 전망이다.

일단 김 행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경영권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ING그룹이 김 행장에게 우호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ING그룹은 최대주주였던 정부와 김 행장이 맞설 때마다 김 행장을 지원했다.

게다가 국민은행은 매입한 자사주를 17∼19일로 예정된 취득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마음에 맞는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에게 팔 수 있다. 국민은행 자사주를 인수할 후보로는 국민은행 해외파트너인 싱가포르계 펀드 ‘테마섹 홀딩스’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거론된다. 금융계에서는 국민은행이 하나은행처럼 자사주를 2∼3%씩 분리해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보증권 성병수(成秉洙) 애널리스트는 “현 경영진이 마음에 맞는 해외투자자를 골라 지분을 넘기면서 권한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은행은 정부 지분이 사라져 앞으로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 행장은 주주들이 뽑으면 그만이다. 또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금융회사로서 금융감독당국의 건전성 감독만 받으면 된다.

이에 따라 관치금융에서 자유로워지겠지만 ‘최고경영자(CEO)의 독재’라는 미국식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처음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순수 민간은행으로 태어난 만큼 자율성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고 경영을 해가겠다”고 밝혔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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