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우씨 체포前 이회창씨 만나…李 “내가 대신 들어갈까”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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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시했다고 하고 대신 들어갈까.”(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내용도 모르고 어떻게 지시했다고 하시겠습니까.”(서정우·徐廷友 전 한나라당 법률고문)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서정우 변호사가 8일 검찰에 긴급체포되기 전인 지난 주말 이 전 총재를 만나 대선자금 문제를 보고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서 변호사를 11일 접견한 심규철(沈揆喆) 당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 변호사가 지난 주말 이 전 총재를 만나 ‘LG 삼성 현대자동차로부터 돈을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보고를 했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심 단장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지난주 LG측 관계자로부터 ‘오늘 검찰에 들어가는데 진술을 안 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자신의 검찰 소환을 예상해 곧장 이 전 총재를 찾아가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는 것.

서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이 전 총재가 놀랄 것 같아 액수까지는 밝히지 못하고 기업 명단만 얘기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어떻게 자네가 구속되는 것을 보겠는가. 차라리 내가 처음부터 지시했다고 말하고 (검찰에) 들어갈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변호사는 또 “이들 3개 기업이 먼저 연락을 해오면서 ‘당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하기에 이 전 총재를 위해 악역을 맡기로 결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심 단장이 소개했다.

서 변호사는 “이들 기업이 ‘정치인은 믿을 수 없고 언제 탈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잘못하면 곤란해질 수 있어 돈의 출처를 (당에)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해 당에 전달할 때는 돈의 출처를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

한편 그동안 검찰 진술을 거부했던 서 변호사가 11일 전격적으로 3개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당에 건넸다고 시인한 데 대해 당 안팎에선 이 전 총재측이 사태 마무리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선 서 변호사의 이 같은 발언이 이 전 총재의 대(對)국민 입장 표명에 앞선 사전 포석용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재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 전에 서 변호사가 미리 대략적인 액수를 공개함으로써 그 파장을 줄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서 변호사가 이 전 총재에게 보고한 내용을 밝힌 것과 관련, 당 안팎에선 “이 전 총재가 파악하고 있는 자금의 규모를 간접적으로 당에 알려 당과의 공동 대응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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