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가 인상 10.6%↔2.65% 의료계-정부 또 충돌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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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수가(酬價·의료행위에 대한 가격) 인상률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내년 의료수가 인상률이 자신들의 요구안보다 낮게 결정된 데 반발해 수가 인상을 거부하기로 한 데 이어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대(對)정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가 요구하는 수가 결정 번복과 의약분업 재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해 의-정 갈등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의료수가 둘러싼 논란=의료단체와 시민단체, 정부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최근 내년 의료수가를 2.65%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이 인상률이 자신들의 요구안(10.6% 인상)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건정심에 수가 2.65% 인상 거부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인상분을 백혈병 환자 진료비에 지원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의협은 한발 더 나아가 지금의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제도가 국민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며 건강보험공단과 약사회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의협은 16일 열리는 건정심에서 내년도 건강보험료와 의료수가 문제를 재논의할 것과 의약분업 개선을 위해 건강보험법, 약사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연말까지 제시할 것을 복지부에 요구했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내년도 의료수가와 건강보험료는 복지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건정심에서 합법적으로 결정된 만큼 이를 재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는 의협 주장에 대해 “의료수가가 소폭 오르게 되자 이에 반발하는 의사 회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치졸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의협이 엉터리 숫자를 제시하며 건보공단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잘못된 주장에 대해 해명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도마에 오른 의약분업=의협 김세곤 부회장은 “요구의 핵심은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의약분업의 틀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택분업을 도입하고 사회주의식 건강보험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약분업의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도 의사회별 궐기대회를 지역별로 개최하는 한편 내년 2월 서울에서 의사 7만명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내용의 투쟁방안을 마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분업 등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만들 때도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내년 1월부터 수가가 2.65% 오르는데도 의사들이 투쟁의 하나로 진료비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는 등 제멋대로 청구할 경우 건강보험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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