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우 긴급체포전 昌 면담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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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나라당 전총재 규탄시위
이 한나라당 전총재 규탄시위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서정우(徐廷友) 변호사가 지난 8일 검찰에 긴급체포되기 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전 총재를 만나 대선자금에 대해 대략적인 보고를 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11일 서 변호사를 접견한 한나라당 심규철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지난 8일 긴급체포된 서 변호사는 `지난주에 이미 이 전 총재를 만나 LG와 삼성, 현대자동차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보고를 드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서 변호사는 지난주 LG측 관계자로부터 '오늘 검찰에 들어가는데 진술을 안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검찰소환이 임박했음을 느꼈으며 곧바로 이 전 총재를 찾아갔으나 `이 전 총재가 너무 놀랄 것을 우려해 차마 액수까지는 밝히지 못하고 기업명단 정도만 얘기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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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어떻게 자네가 구속되는 것을 보겠는가. 차라리 내가 처음부터 지시했다고 말하고 (검찰에) 들어갈까"라고 반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또 "3개 기업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고 처음에는 `왜 나를 지목하는가'하고 의아해했으나 기업 관계자들이 `당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해 이 전총재를 위해 악역을 맡기로 했다"면서 "당에 누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변호사는 이어 "기업측은 `정치인은 믿을 수 없고 언제 탈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잘못하면 우리 입장만 곤란해질 수 있는 만큼 이 돈이 어디서 왔다고 (당에) 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해 당에 전달할 때는 돈의 출처를 알리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서 변호사로부터 불법대선자금 수수사실을 보고받은 뒤 또 다른 측근을 통해 정확한 자금 규모와 용처를 파악토록 지시했으며 액수와 일부 용처를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측근은 이 전 총재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대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영일(金榮馹) 의원을 수차례 접촉했다"며 "그러나 김 전 총장은 이 측근에게 `서 변호사가 LG로부터 받아 당의 공식채널로 제공한 것은 150억원이 아니라 50억원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이 핵심측근이 누구인지와 관련, "요즘 옥인동을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서정우 변호사 왜 입을 열기 시작했나

긴급 체포 후 한동안 검찰 진술을 거부했던 서정우 변호사가 11일 검찰에서 3개 기업에서 돈을 받아 당에 건넸다고 입을 열기 시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 변호사는 검찰에서 현대자동차로부터 100억원을 수수한 사실까지 직접 공개해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은 "서 변호사가 진술하게 된 배경은 모르겠지만 서 변호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서 변호사의 검찰 진술은 이 전 총재의 대국민 입장 표명에 앞선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전 총재가 직접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할 경우 충격파를 덜어보다는 취지라는 것.

디지털뉴스팀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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