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트, 히말라야 정상에 동생 버렸다”

  • 입력 2003년 12월 11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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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의 등반가 메스너 형제는 1970년 6월 27일 히말라야 서쪽 고봉 낭가파르바트(8125m) 정상을 밟았다. 이들은 남쪽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라 서쪽 능선으로 내려가는 루트를 처음으로 개척했다.

당시 동생 귄터(24)가 고산증에 시달리자 형 라인홀트(25·사진)는 서쪽 능선이 구조를 받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하산 도중 덮친 눈사태로 이미 쇠약해진 귄터는 실종됐다.

여기까지는 라인홀트의 설명이다. 그는 이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했으며, 기계나 개 없이 남극대륙을 처음으로 횡단한 세계적 탐험가가 됐다. 40여권의 저서, 강연, 후원금 등으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라인홀트의 삶을 찬란하게 바꿨던, 낭가파르바트에서 일어났던 일이 이제는 그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10일 보도했다.

당시 형제를 캠프에서 마지막으로 배웅했던 등반대원 중 4명이 오랜 침묵을 깨고 라인홀트가 개인적 명성을 위해 동생을 버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라인홀트가 택한 하산 루트는 지친 동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쪽에서 올라 반대편으로 내려오는 횡단기록을 세우기 위한 코스였다는 것. 라인홀트는 동생을 정상 부근에다 버리고 떠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라인홀트와 등반대원들은 2년 동안 각각 2권씩의 책을 내면서 격렬한 논쟁을 벌여 왔다.

59세인 라인홀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2005년 동생의 시신을 찾기 위한 등반을 준비하고 있다. 동생을 정상 부근에서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산의 서쪽 능선에서 시신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이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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