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안해]마음 약한 당신… 나 몰래 울기도 했지요.

  • 입력 2003년 12월 11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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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 아빠.

음악을 하는 한이 아빠를 만나 결혼 전 멋진 내조자가 되겠다던 약속들이 한이를 낳으면서 공약(空約)이 돼 버렸지요.

아무도 없는 객지에서 나만 놔두고 합창단 모임에 주 몇 회씩 나가는 당신을 왜 그때는 허용해 주지 못했던가 싶기도 해요. 그러나 비슷한 시간에 퇴근해 저녁밥 지어먹고 나면 출근하면서 어질러 놓은 온갖 물건들이 널려 있고 한창 손이 가는 한이는 온 집을 헤집고 다닐 때 당신은 혼자 빠져나가기 일쑤였잖아요.

슬슬 바가지를 긁으며 못 나가도록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할 즈음, 당신 앞을 가로막고 소리치며 못 나가게 한 적이 있었지요. 결국 마음 약한 당신은 안방에 들어가 나 몰래 울기도 했지요.

이제 둘째까지 다 자라 엄마 아빠 손이 별로 필요 없는 시기가 되었으니 다시 음악 활동을 시작했으면 해요. 늦었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자식을 기르는 과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잘 도와준 당신을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당신은 잘 아시죠?

이제라도 잘 도와드릴 테니 어깨 쫙 펴고 열심히 하세요. 당신 뒤엔 늘 우리 세 식구가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한이 아빠, 파이팅!

김 둘 희 교사·경북 청송군 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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