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私교육]2부 사교육 부작용과 대안 ④공교육 내실있게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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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발산초등학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부모의 연간 사교육비를 4억원가량 절감했다.

43개 학급 1940여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는 고전무용, 로봇 제작, 힙합댄스, 마술학교, 연극 등 24개 프로그램 56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강사진의 경력도 해외유학파, 전문 연기자 등 화려하다. 학원에 비해 교육의 질이 높고 비용은 적어 학부모들이 만족하고 있다.

지난해 학원을 3곳 이상 다닌 학생이 전체의 24.2%였지만 올해는 14.2%로 줄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9만2988원에서 7만5213원으로 낮아졌다. 이 학교 박영순 교장은 “학생들의 학원 수강 비율이 2001년 83.1%에서 올해 5월 69.2%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①무너지는 公교육
-②과도한 사교육비
-③사교육 불평등

▽공교육 살리기가 우선=역대 정권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사교육비로 인한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서 충족시키기보다 학벌주의 타파 등 이상론이나 ‘학원 죽이기’ 등 규제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교육학)는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발생하는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의 울타리 안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우선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9, 10월 전국 학부모 1만2462명에 대한 조사에서 학부모의 69.1%가 ‘학생의 희망과 적성에 맞는 교육 제공’을 학교교육에서 가장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끌어들이는 방안으로 △학교교육 다양화 △인터넷 위성방송 등 각종 매체 활용 △대학생 예비교사제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가 사교육 수요 흡수해야=교육 전문가들은 학교의 체제와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학교장의 자율성을 높이는 등 공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홍생표 교육정책연구실장은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학교 여건을 개선하고 교원의 자질을 높이지 않으면 사교육비 경감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발산초등학교처럼 다양한 교육방식을 도입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인다면 사교육 수요를 일정 부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특기적성 교육과 원아를 대상으로 한 통합형 취학전 교육을 통해 올해 1120억원가량의 사교육비가 경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매체 활용=인터넷 입시학원인 M사이트는 설립 2년 만에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을 넘을 정도로 급성장해 화제가 됐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능한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 학원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교육방송에서도 학교 수업을 보충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학생의 수준별로 인터넷 동영상 학습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급하고 교육방송을 인터넷과 위성방송 등으로 다양화해 학생들의 사교육 욕구를 흡수해야 한다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현진 박사는 “전국의 유능한 교사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이들의 강의를 인터넷 등을 통해 제공하고 인터넷 대입상담 교사단을 운영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예비교사제=교육대나 사범대 학생들이 방학 또는 학기 중에 초중고교생을 지도하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받는 ‘예비교사제’도 효과적인 사교육비 경감 방안이 될 수 있다.

고려대 사범대는 올 여름방학 동안 고려대 부속중 학생 60여명을 상대로 여름학교를 열었다. 대학생 18명이 하루에 3시간씩 10일 동안 학생 수준에 따라 학급을 편성해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가르쳤다.

고려대가 이 프로그램을 마친 뒤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대학생들이 자녀를 지도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될 경우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거나 학원과 병행하겠다’고 응답한 학부모가 74%나 됐다.

고려대 한용진 교수(교육학)는 “이런 제도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의 기회를 확대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절감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봉사활동이 교원 임용시 가산점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끝>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私교육 제로' 공주 한일高 명문성장 비결▼

충남 한일고는 학생 눈높이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사교육 무풍지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정에서 교사와 함께 기타 연주를 하고 있는 학생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충남 공주시 정안면 광정리 한일고. 공주 외곽의 농촌 마을에서도 1km가량 산길로 접어들어야 찾을 수 있는 시골학교다.

이 학교는 2003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체 학생의 42%인 75명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합격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재학생의 평균점수가 인문계 340.5점, 자연계 348.2점으로 웬만한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충남 인문계 전체수석도 나왔다. 비결이 뭘까.

한일고는 전교생 500여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농어촌 지역 자율학교다. 학생들은 지리적 여건상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학교에서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는 데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교과 수업과는 별도로 토익, 토플 등을 가르칠 뿐 아니라 영어회화 수업은 원어민 교사가 담당한다. 교사 33명 가운데 14명은 석·박사 출신이다.

“흔히들 집단 기숙사 생활을 하며 스파르타식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이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부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양교석(梁敎錫) 교장은 “인성을 키우는 데 더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생 모두가 졸업할 때까지 격투기 1단 이상의 유단자가 된다. 전교생이 기타를 치기 때문에 교정에서 기타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방학 때는 외국을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 학생들과 문화교류도 갖는다. 정신집중을 방해하는 휴대전화 소지, 교과과정 이외의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이 학교의 특징이다.

한일고의 성공 비결은 ‘남보다 열심히’라는 평범한 진리에 있었다. 이 학교 상담실장 최용희(崔容熙) 교사는 “학생들은 오전 6시 기상해 잠들 때까지 자율학습 등을 통해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많은 시간을 공부한다. 교사들도 대부분 오후 10시반에 퇴근하고 일부는 다음날 오전 1시에 퇴근한다”고 말했다.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이 학교의 학비는 분기당 등록금 23만여원, 기숙사비 매월 22만원, 특기적성교육비 2만원 등 월 38만∼45만원으로 몇 과목 과외비 수준에도 못 미친다.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한일고는▼

-개교 1985년

-모집 대상 지역: 전국

-모집 정원 : 남학생 5개급, 학급당 32명, 총 160명

-4년제 대학 진학률 : 98%(2003학년도)

-진학 실적 :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찰대 KAIST 75명 (42%)

의대 치대 한의대 30명

-홈페이지 : www.hanilgo.net

-입학 상담 : 041-858-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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