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중구청장 性매매발언 파문 여성단체 항의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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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청장이 최근 정례조회에서 성매매에 관련된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대구의 여성 단체가 이에 항의하는 시위에 돌입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여성들의 모임인 대구여성회 회원들은 9일부터 대구 중구청사 앞길에서 구청장의 성매매 관련 발언에 대한 항의피켓을 들고 무기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정재원(鄭在源) 대구 중구청장은 지난 1일 직원정례 조회에서 자신이 지난달 3일부터 12일까지 유럽 4개국을 순방한 뒤 얻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네덜란드는 성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곳이다. 우리 중구에는 (윤락가인) 자갈마당이 있는데 여기에 (네덜란드식 성문화를) 어떤 식으로 적용시켜야 하는가가 자치단체장의 생각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네덜란드) 거리를 다른 시장, 군수, 구청장보다는 더 유심히 살펴보고 거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회는 이에 대해 성매매 방지법안을 제정하고, 성산업의 비대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단체가 노력하고 있는 현실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여성회는 중구청장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 질의서에서 여성회는 “구정 최고 책임자가 윤락가의 시설을 선진화(?)시키고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은 지역경제를 위해 여성들을 희생의 제물로 쓰겠다는 반인간적이고 비인권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회는 이어 지역의 윤락가인 속칭 자갈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착취에 대한 대책, 중구를 성매매 업소와 유흥업소로 특화된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듯한 발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할 것을 요구했다.

여성회 관계자는 “시민의 손으로 뽑은 구청장이 오히려 시민의 안녕과 인권을 위협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다면 우리는 누굴 믿고 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 중구청장이 공개 해명 및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전국의 여성단체들과 연대,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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