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빠 취직시켜 주세요”…핀란드 산타마을로 가는 사연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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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요새 우리 아빠가 너무 힘들어하세요. 회사를 그만두셨대요. 그래서 요즘 아빠가 용돈도 많이 못 주세요. 할아버지가 우리 아빠 좋은 데 취직하게 해 주실 수 있나요?’ (10세 여자어린이·경기)

올 크리스마스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산타클로스에게 비는 소원은 뭘까.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핀란드에 있는 산타마을에 전해주고 산타의 답장을 보내주는 사업을 하는 ㈜산타코리아 인터넷 홈페이지(santaletter.co.kr)에는 요즘 들어 하루 130여통씩의 편지가 쏟아져 들어온다.

편지 중에는 ‘학원 가기 싫으니 학원에 안 가도 성적 잘 나오게 해 달라’는 소원, 감원된 아버지에게 힘을 달라는 소원, 성형수술 쿠폰을 선물로 달라는 여중생의 소원 등 ‘2003년 한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사연이 많았다.

‘산타 할아버지, 우리 아빠가 은행의 합병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셔서 너무 허약해지셨어요. 아빠의 기침소리만 들으면 저절로 눈물이 날 지경이죠. 그래서 자는 동안 기도를 해요. 산타 할아버지도 기도해 주세요.’(13세 남자어린이·서울)

‘산타 할아버지, 제게 힘을 주세요. 전 가끔 내가 쉬는 동안 다른 아이들이 나를 따라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모든 아이들은 일등이란 고기를 노리는 사자인 셈이죠. 하지만 그 일등 고기는 언제나 노력한 자만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1, 2학년 때 성적은 좋았는데 3, 4학년이 되어 자꾸만 떨어지고 있어요. 이것은 노력의 차이인 거죠? 이제부터 정말 노력할 거예요.’(11세 남자어린이·서울)

‘산타 할아버지, 우리 엄마 아빠 안 싸우게 해 줘요! 그리고 아빠가 술을 안 드시게 해 주세요.’(12세 여자어린이·대구) 이 어린이는 집주소와 현관문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까지 적어 놓는 등 산타의 방문을 고대했다.

이 밖에도 수능시험을 너무 못 봐 울었다며 재수를 해야겠다는 고3생의 사연, 병을 낫게 해 달라는 사연, 자신도 한국인이지만 한국과 한국인이 너무 싫다며 ‘행복’을 선물해 달라는 사춘기 소녀의 편지 등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적지 않았다.

한편 월드컵축구에서 4강에 든 한국을 세계에서 4번째 가는 나라라고 소개하며 ‘축구공이 없는 같은 반 친구에게 축구공을 선물해 달라’는 초등학교 3학년생의 소원, ‘역사 왜곡 때문에 불화가 생긴 이웃 일본과 다시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중학생의 소원, ‘언니와 아빠에게 투정도 부리고 반찬도 남기지만 매년 방문해 줘서 고맙다’는 10세 여자어린이의 사연 등 ‘따뜻한’ 편지도 많았다.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는 핀란드 로바니에미시(市) 근처에 있는 산타마을의 산타우체국에서 산타그리팅이라는 회사가 접수한다. 전 세계에서 매년 600여만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산타코리아는 인터넷으로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접수하고 있으며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크리스마스 직전 핀란드에서 오는 산타클로스의 편지를 받아볼 수도 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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