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미친듯이 불지만 원정은 순조롭다"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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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원정대 대원들이 운행도중 바람을 등지고 서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남극원정대]
남극원정대 대원들이 운행도중 바람을 등지고 서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남극원정대]

“밤 11시. 밤은 깊었지만 밖은 대낮같이 환하기만 하고 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 댄다.”

한국 과학의 미래를 짊어진 한 젊은 연구원의 생명을 앗아간 극한지역 남극.

그곳에서 또 다른 한국의 젊은이들이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며 지난달 30일 남극으로 떠난 5인의 한국 원정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을 노리는 박영석(40·동국대 산악부OB·영원무역)씨를 대장으로 5명의 대원이 남극점으로 향하는 1200㎞의 대장정에 올라 10일째(12월9일 현재) 전진하고 있다.

이들은 남극대륙과 바다가 맞닿은 남극의 관문 허큘리스(남위 79도59분, 서경 80도06분)를 출발, 오로지 도보와 스키만으로 130㎏의 썰매를 끌면서 10일 만에 137.2㎞를 돌파해 남위 81도11분221초, 서경 80도39분789초 지점에 도달했다.

기상 악조건으로 운행하지 못하는 날을 제외하고 초속 20m가 넘는 강풍과 평균기온 영하 55도의 추위를 이기며 하루 평균 10시간 동안 20㎞가량을 주파하고 있는 셈.

박씨는 이번 탐험에서 남극점을 밟으면 산악 그랜드슬램에서 북극점만 남겨놓게 된다. 그는 이미 히말라야 8000m급 14좌와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으며 현재 3극점(에베레스트, 남극점, 북극점)에 도전중이다.

원정대의 이치상 대원은 9일 인공위성을 이용해 "서울과의 연락을 통해 세종기지의 사고소식을 들었다"면서 "대원들이 너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동아닷컴에 소식을 전했다.

이 대원은 “오늘 하루 11시간동안 23.0㎞를 걸었으며 대원들은 모두 건강하다”면서 “남극의 추위와 기상조건을 알고 왔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고 대원들의 사기도 무척 높다”고 말했다.

이 대원은 현지 기상조건과 관련해 “행군 중에 식사는 하지 않고 3시간 마다 멈춰 서서 휴식을 겸해 간식을 먹는데 땀에 젖은 몸이 떨려 서있는 것조차 힘들다”면서 “대원들에게는 먹자마자 출발하는 것이 오히려 휴식보다 더 급하다”고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박영석 대장은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초라하지만 인간의 의지가 강하면 길을 열어주기 마련”이라며 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남극대륙은 넓이가 1400㎢로 유럽대륙보다 크고 연평균 기온이 섭씨 영하 55도에 초속 40m가 넘는 강풍(블리자드)이 끊임없이 분다. 대륙은 평균 2160m의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고 곳곳에 크레바스(얼음의 갈라진 틈)가 도사리고 있다.

원정대의 남극점 등정 예정일은 내년 1월25일경. 당초 원정기간을 60일로 잡았으나 강풍으로 출발이 늦어지면서 원정기간을 5일 단축했다.

이들의 탐험소식은 동아닷컴의 「-55℃1200㎞남극대장정」(http://www.donga.com/news/south) 코너를 통해 상세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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