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조선판 '사랑과 영혼'…400년전 思夫曲 비석으로

  • 입력 2003년 12월 9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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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1998년 4월 경북 안동시 정상동 택지지구 개발과정에서 이응태씨(1556∼1586)의 무덤에서 발견돼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씨의 부인 ‘원이 엄마’의 애절한 편지 내용이 새겨진 비(碑)가 8일 오후 안동에서 제막됐다.

안동시가 이들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해 현재 아파트가 들어선 당초 무덤 자리 대신 인근 정하동 가로변 녹지공원에 만든 이 비는 자연석 4개로 구성됐다.

편지의 원본과 번역본을 각각 새겨 넣은 큰 비석 2개는 이들 부부를, 그 옆의 작은 돌 2개는 아들 원이와 원이엄마 뱃속에 있던 아이를 상징한다는 것.

택지개발을 위해 고성 이씨 문중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발견된 이 편지는 가로 58cm, 세로 33cm 크기의 한지에 한글고어체(언문)로 돼 있는데 어린 아들과 유복자를 두고 31세에 숨진 남편을 사모하는 정과 안타까운 마음이 잘 표현돼 있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 편지는 원이엄마가 남편의 병환이 날로 악화하자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 줄기로 미투리(신발)를 삼는 등 정성을 다해 쾌유를 기원했으나 끝내 이씨가 숨지자 관속에 넣어 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무덤에서 발굴된 이 편지와 옷, 미이라, 머리카락을 섞어 만든 미투리 등의 유물은 현재 안동대 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며 무덤은 안동시 일직면 어담리로 이장됐었다.

안동=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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