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남극의 극한조건은 도전에 나선 숱한 탐험가들을 사선으로 몰아넣었다. 그만큼 극적인 ‘생존 드라마’도 적지 않다.
역사상 남극에서 가장 오랜 생존 드라마를 연출한 주인공들은 영국의 어니스트 섀클턴 탐험대. 남극대륙 횡단을 목표로 1914년 8월 영국을 출발한 섀클턴과 대원 27명은 남극해에서 배가 난파된 뒤 634일 동안 표류하다 전원이 무사 귀환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1914년 12월 사우스 조지아 섬 포경기지에 도착한 이들은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다시 1600km 이상을 항해해 남극대륙으로 향했다. 그러나 목적지를 150km 앞두고 남위 74도 웨들해에서 갑자기 바다가 얼어붙는 바람에 표류하기 시작했다. 1915년 2월이었다. 이후 얼음에 갇혀 10개월을 정처 없이 표류했고, 얼음의 압력으로 배가 파손되자 배를 버린 뒤 부빙(浮氷) 위에 텐트를 치고 생존작전에 나섰다. 이렇게 5개월을 버티는 중 79일은 해 없는 날이 이어졌다. 식량이 바닥나 펭귄과 물개를 잡아먹으며 연명했다.
사투 끝에 무인도인 엘리펀트 섬에 도착한 뒤 섀클턴은 다시 5명의 대원을 이끌고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섰다. 이들은 6m 크기의 구명보트로 세상에서 가장 험난하다는 1280km 길이의 드레이크 해협을 건넜고, 도끼 한 자루와 로프에 의지해 해발 3000m의 얼음산을 넘었다. 마침내 엘리펀트 섬에서 1300여km 떨어진 사우스 조지아 섬의 기지에 도착했다.
섀클턴이 칠레 정부가 제공한 군함을 타고 엘리펀트 섬에 남겨놓은 잔류 대원을 구출한 것은 1916년 8월 30일. 난파 634일 만이며,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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