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2월6일 7일째 오늘도 화이트 아웃

  • 입력 2003년 12월 9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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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화이트아웃에 블리자드

기온 : 영하 14도

풍속 : 초속 13m

운행시간 : 운행하지 못함

운행거리 : 0.0km (누계 : 65.2km)

야영위치 : 남위 80도22분 120초 / 서경 80도55분456초

고도 : 867m

새벽 3시,

기상과 함께 오희준 대원이 막내 이현조 대원의 도움을 받아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초반의 지지부진한 운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일찍 출발을 서두르려는 것이다. 5시 출발준비를 마치고 텐트 밖으로 나와 썰매를 꾸리려는데 박대장의 비명이 터진다.

"아이고, 화이트 아웃이잖아"

거기에다 블리자드까지 불고 있다. 다시 텐트 안으로 대원들을 불러들이는 박대장. 가스(gas;구름이나 안개 등을 이렇게 부른다)가 걷힐지 모르니 대기하란다. 다시 신발을 벗고 자리를 잡는다. 아침 7시, 구석에 누워서 밖의 상황을 살피던 박대장이 대원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밖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그냥 나섰다가 어제처럼 넘어지고 구르고, 그러다가 발목이라도 다치면 원정 초반에 말짱 도로묵 되기 십상이니 대기했다가 가스가 걷히면 바로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어떠냐?"

대원들은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다 이내 각자의 의견을 순서대로 내놓는다.

막내 이현조 대원

"상황이 좋지 않아도 몸의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매일 원칙을 정해서 운행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천천히 운행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희준 대원

"어제 오면서 좋지 않던 무릎에 여러 번 충격이 와서 아찔했는데 이런 날이면 기다렸다가 날씨가 좋아지면 운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강철원 대원

"어제 예를 보면 평소보다 두 세배 힘들었고 몸의 중심을 잃어 넘어지고 썰매는 끌려오지 않고 해서 무지 애먹었는데 화이트 아웃 때는 대기하면서 날씨 봐가며 운행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치상 대원

"현조얘기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어제의 상황을 보면 부상의 염려가 너무 크니까 운행 초기에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박대장이 결론을 내린다.

"화이트 아웃과 블리자드가 동시에 오면 기다렸다가 둘 중 하나가 없어지면 운행을 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밤낮 가리지 않고 운행한다. 화이트 아웃 상황이 너무 심하면 부상의 염려가 있으므로 발밑이 보이는 정도에 따라 운행을 결정한다."

밖은 여전히 블리자드에 발밑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이트 아웃이 심하다. 계속 기다리기로 했다. 점심 무렵 잠깐 해가 비치는가 싶더니 출발준비를 시작하자 다시 화이트 아웃과 블리자드가 기승을 부린다. 계속 대기. "이왕 쉬는 거 편히 쉬라"는 박대장의 말에 자리를 잡고 눕는 대원들. 수시로 텐트 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살펴보지만 전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기다리다 저녁이 되고 밤이 됐다. 결국 하루가 꽝 됐다.

갈 길은 멀지만 아직은 초조해할 때가 아니다. 매일 일기를 적고 있는 박대장의 오늘 일기는 이렇다.

"화이트 아웃, 쓸 말 없음"

남극탐험대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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