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2월3일 4일째 풍속계는 초속 7.2m 가리킨다

  • 입력 2003년 12월 9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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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강행군에 관계없이 새벽 5시 기상. 오희준 대원과 이현조 대원의 '협동작전'으로 아침식사가 준비된다. 바람이 거의 없어 텐트를 걷는데 한결 여유롭다. 7시 30분 드디어 하루의 운행시작이다. 설원이 말 그대로 끝없이 펼쳐져 있다. 굴곡은 그다지 심하지 않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임은 확실하다. 게다가 눈이 분설(粉雪·가랑눈)이어서 썰매가 잘 끌리지 않는다. 앞서가던 박대장도 맥이 풀리는 모양이다. 오늘은 대원들과 비슷한 속도로 운행을 한다. 패트리어트 힐이 설원 너머로 보이는 산 아래이고 우리의 운행방향은 남쪽 한방향이다. 패트리어트 힐에는 바람이 계속 세게 불어 구자준 대장님과 전창기자가 발이 묶여 있다. 푼타아레나스에서 비행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바람 때문에 착륙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10시 간식을 먹고 나서 남쪽을 목표로 썰매의 행렬이 이어진다. 기분 나쁘게 발이 푹푹 빠지는 설원은 대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야만 하는 길임을 어찌하랴. 한 가닥 바람이 휙 하고 지나가더니 곧 이어 세찬 마파람이 불어온다. 이현조 대원이 풍속계를 들이대니 초속 7.2m. 그래도 이 정도는 나은 편이다. 오후 3시의 간식시간에는 본격적인 블리자드가 불기 시작했다. 파시코 한잔을 마시려고 컵을 입에 갖다대자 컵 속의 음료가 바람을 타고 물방울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얼굴을 온통 적셔버린다. 이래서 뭘 마실 땐 바람을 등진 채 재빠르게 원 샷을 해야 한다.

오후 6시, 운행을 서둘러 마친다. 설원이 푹푹 빠져 악천 고투. 설상가상으로 일부 대원의 썰매는 앞쪽에 연결된 와이어가 끊어졌다. 내일 운행에 차질이 올까 걱정된다. 박대장의 지시로 저녁을 먹은 뒤 스키에 스킨을 붙이기로 했다. 이번 썰매는 남극탐험용으로 노르웨이에서 발주한 아카풀카 썰매.

뼈를 시리게 하는 강한 블리자드 속에서 어렵게 텐트를 치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저녁식사 메뉴는 라면에 말린 닭고기를 넣어 끓인 특별 식.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이현조 대원은 블리자드 속에서 얇은 장갑 한 켤레만을 끼고 끊어진 썰매의 줄을 수리한다. 이 바람에, 이 추위에 하여튼 대단하다. 역시 해병대 수색대 장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꿀 맛같은 저녁 식사 후 두 세트의 스키에 스킨을 부착하고 나니 밤 11시. 밤은 깊었지만 밖은 대낮같이 환하기만 하고 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댄다.

오늘 운행시작 : 07:30 / 운행종료 : 18:30(11시간)

아침기온 : 영하 12도 / 낮 기온(바람 불기 전): 영하 10도 / 저녁기온 : 영하12도

바람속도 : 낮 초속 7.2m / 저녁 초속 12.8m(순간풍속 14m)

원정대 야영위치 : 남위 80도 18분 774초 / 서경 80도 54분 900초

오늘 운행거리 : 21km / 고도 : 781m

기록 ;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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