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교육이 기술경쟁력]<중>중국 대학의 학교 기업

  • 입력 2003년 12월 8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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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MIT’로 불리는 칭화대는 철저한 현장 중심 교육과 응용기술 연구를 통해 중국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칭화대가 소유한 학교 기업들은 대학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는 매개체가 된다. 사진제공 칭화대
중국의 ‘MIT’로 불리는 칭화대는 철저한 현장 중심 교육과 응용기술 연구를 통해 중국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칭화대가 소유한 학교 기업들은 대학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는 매개체가 된다. 사진제공 칭화대
‘과교흥국(科敎興國).’

과학기술 교육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1980년대부터 내건 이 정책은 대학과 기업의 경계마저 무너뜨렸다. 학교가 기업을 만들고 교수가 임원, 학생이 연구원이 돼 과학기술을 산업화하는 새로운 산업발전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시 서북부 지역에 있는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칭화(淸華)대. 중국 산업발전의 견인차로 꼽히는 칭화대의 저력은 교문 밖에서부터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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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교문 밖 왼편에는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270여개 기업이 입주한 칭화대의 산학 협력체인 칭화과기원을 2005년 현재의 2배 이상 규모로 확대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가 기업을 만든다=1980년대 중국 정부는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학을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칭화대에서 연수 중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홍성범 박사는 “중국 정부는 군사 분야 등에 집중된 과학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학교기업을 육성했다”며 “대학의 연구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단기간에 기술을 산업화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샤오반(校辦)기업’으로 불리는 수많은 학교기업이 탄생했다.

2001년 현재 중국 1000여개 대학 가운데 575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세운 기업만 해도 5039개사. 자산 규모만 14조원에 이르며 모두 1736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전체 학교기업 가운데 40% 정도가 정보기술(IT), 태양에너지, 바이오 등 과학기술 분야 기업이다. 이 밖에 무역업체, 일반 제조업체 등도 학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10대 신기술 기업, 120대 기업에 드는 베이다팡정(北大方征). 1988년 베이징대가 6400만원을 들여 세운 이 회사는 2000년 직원 6000여명에 매출액 100억위안(약 1조4000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에 상장도 했다.

이 외에도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인 롄샹, 컴퓨터업계 4위권인 칭화퉁팡, 생명공학 및 컴퓨터업체인 칭화쯔광 등 중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학교기업 또는 산학협력을 통해 성장했다.

학교기업은 빈약한 학교 재정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2001년 칭화대는 학교기업을 운영해 올린 수익으로 대학 전체 연구개발예산 5억위안(약 700억원)의 73%를 충당했다.

이는 또 교수와 학생이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2001년 학교기업에서 실습을 마친 중국 대학생은 연간 39만여명. 박사 1032명, 석사 3545명이 학교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학위를 땄다.

칭화대 소속 학교기업을 대표하는 칭화대학기업집단 쉐바오싱(薛保興) 부총재는 “학교기업에 근무하는 칭화대 교수는 전체 5000여명의 교수 가운데 90여명”이라며 “현장 경험을 살린 학교기업 출신 교수의 강의에는 정원 이상의 학생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학교기업은 지금 개혁 중=중국의 학교기업들은 최근 첨단과학기술 관련 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학교와 기업을 분리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1년 베이징대와 칭화대 소속 학교기업에 대한 개혁을 선언했다. 학교기업이 파산할 경우 대학 재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교육과 연구 등 학교 본연의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칭화대 기업그룹 룽융린(榮泳霖) 이사장은 “학교기업을 시장논리에 맞게 개편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학은 교육과 연구 업무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개방 초기에는 급속한 산업발전을 뒷받침할 기술 및 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대학이 직접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했으나 이젠 다시 기업과 학교의 업무를 나누고 있는 것.

중국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기술력이 급성장한 것도 학교와 기업 분리의 배경이 됐다. 중국의 기업들은 1999년을 기점으로 특허출원 수에서 대학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대학은 첨단기술과 기초과학연구를 더욱 늘리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이공계 대학들은 2001년 기초연구가 15%, 응용기술연구가 60∼64%로 응용기술연구가 훨씬 많았으나 그 이후 응용연구비중이 줄어들고 기초연구가 늘고 있는 추세.

칭화대 기업합작위원회 친촨(覃川) 주임은 “학교가 운영하는 기업을 첨단 과학기술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생명공학 태양에너지 등 첨단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칭화대는 올해 안에 28개 소속 기업을 하나로 묶는 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를 설립할 계획이다. 학교는 신설된 지주회사의 지분 51%를 갖고 주주로서의 권리만 행사하게 된다.

이와 함께 학교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칭화대 상표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29개 학과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폐업하거나 흡수합병하는 구조조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대학 교수와 학교기업 임원 등의 겸직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학교의 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 역시 교수 출신 임원을 줄이는 대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베이징=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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