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중진 개헌논의 배경]“盧 失政 비판여론 무르익었다”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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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추진에 나선 것은 다목적 포석을 가진 상황돌파 카드로 보인다.

우선 분권형 대통령제 추진의 1차적 목표는 권력 분점을 통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권력을 나눠 갖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노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대한 비판 여론이 무르익기 시작했다는 게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의 판단이다.

신경식(辛卿植) 강인섭(姜仁燮) 의원 등은 8일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현행 제도는 다양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시대의 변화와 맞지 않는다”며 “경제 문제 등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실정은 이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야권 3당의 공조로 개헌에 필요한 국회 의석 3분의 2 이상(182석) 획득이 수월해졌다는 점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김종하(金鍾河)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특검법을 지지한 의원 209명은 지금의 대통령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느냐”며 “209명이면 개헌안을 국회에서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헌 추진은 차기 대통령선거 전망과 그에 따른 당의 진로와도 밀접하게 맥이 닿아 있다. 두 차례나 계속 대선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대선에 대비해 아직도 확실한 전망이 서지 않고 있는 데 따른 당 중진들의 불안심리가 개헌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8일 중진 의원 30여명이 모인 회의에서 “역시 이대로는 안 되겠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당론으로 결정하자”는 얘기가 쏟아져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진 의원들이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내 소장파와 외부 신진 인사들에게 정치 개혁의 주도권을 선점당해 자칫 ‘물갈이 대상’으로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정치판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가진 개헌론을 선도할 경우 정국주도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특히 이런 중진들의 움직임은 최병렬(崔秉烈) 대표와의 교감 속에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된다.

여기에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선거구제 협상을 통해 도농 복합선거구제를 ‘빅딜’하는 방안도 여야 일각에서 물밑 타진되고 있어 개헌논의는 담론의 수준을 넘어 구체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무튼 개헌카드는 내년 총선 이후까지도 이어질 정치권 최대의 화두(話頭)라는 점에서 앞으로 예측불허의 파장을 수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의 최근 발언
의 원발 언
양정규집중된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홍사덕내년 총선 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노무현 대통령이 공약한 분권형 대통령제 실현이 정치개혁의 핵심과제이다.
서청원노 대통령의 실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으로 나가야 한다.한나라당이 역사 속에 남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돼 있다.
김종하정치권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유는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는 대통령제 때문이다.
신경식내년 총선 전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의 혼란은 대통령제의 폐단 때문이다.
목요상당이 개헌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총선 끝나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해야 한다.
강인섭개헌이 총선 공약이 돼야 한다.대통령 1명이 잘못했을 때 발생하는 엄청난 파급력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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