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우 변호사 긴급체포]검찰수사 ‘昌 개인캠프’ 정조준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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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8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법률고문인 서정우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법무법인 광장에 있는 서 변호사 사무실 모습. -변영욱기자
대검찰청은 8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법률고문인 서정우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법무법인 광장에 있는 서 변호사 사무실 모습. -변영욱기자
검찰이 8일 지난해 대선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법률 고문을 지낸 서정우(徐廷友) 변호사를 긴급 체포한 것은 정치권의 대선 자금 불법 모금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긴급체포 배경=검찰은 우선 서 변호사가 지난해 11월경 이 전 후보의 사조직인 ‘부국팀’에 소속돼 수백억원대의 기업 후원금을 음성적으로 거둬 당에 전달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롯데 등 이른바 ‘5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이 모인 ‘저수지’를 상당 부분 찾아냈으며 이 과정에서 서 변호사가 연루된 혐의를 포착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검찰은 이미 한나라당이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운영하면서 기업에서 불법 비자금을 모금한 정황과 기업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대선 잔금이 당 계좌에 입금된 단서를 확보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해 대선 당시 이 후보의 사조직 운영에 관여한 서 변호사의 역할에 주목해왔다. ‘SK비자금’ 수사 당시 한나라당 공조직의 대선자금 불법 모금 혐의를 밝혀내면서 부국팀 등 사조직을 함께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들은 “서 변호사가 선거 사조직에 관여하면서 공조직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조달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으로서 SK비자금 모금에 관여한 최돈웅 의원이 공조직에서 비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했다면 서 변호사는 사조직에서 음성자금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검찰이 서 변호사를 형사 처벌하면서 한나라당 당직자 등의 대선자금 유용 의혹도 밝혀낼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의 수사에서 정치자금의 유용 등 개인비리가 일부 확인됐기 때문에 검찰이 서 변호사에 대한 긴급 체포라는 강경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수사의 파장=서 변호사에 대한 긴급 체포로 이 전 후보를 포함한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핵심부가 수사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 변호사가 선거법상 허용되지 않은 사조직에 관여한데다 불법 비자금을 모금한 혐의도 받고 있어 검찰이 이번에는 이 전 후보를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의 한 인사는 “사조직의 불법 대선 자금 모금은 수뇌부의 적극적인 관여가 없더라도 핵심부의 묵인 또는 방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전 후보 등이 직접 해명하거나 조사를 받지 않고서는 의혹이 밝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가 1998년 국세청을 동원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인 ‘세풍(稅風)’에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수사 관계자가 이날 “서 변호사는 대선자금 수사에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며 세풍 사건 때의 이석희 국세청 차장이나 이 전 후보의 동생 회성씨와 같은 존재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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