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수광씨 "구호만 외치면 우리땅 됩니까"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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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일 독도의 서도에 일본 사람들이 상륙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 해상자위대는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독도 방위에 나설 겁니다. 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요.”

이수광(李秀光·61·한국해양소년단 대구연맹장)씨를 만나 1시간만 이야기를 나누면 독도가 지금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인지 실감한다. 그의 말대로 현재 50% 가량은 일본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30년 정도 지나면 독도는 ‘국제 공인’ 일본땅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포항 바닷가에서 태어나 선장을 꿈꾸던 그가 공인회계사(안건회계법인 소속)가 된 이후 한국청소년해양학교를 세우는 등 바다에 온 몸을 바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다와 친해지고 바다의 소중함을 알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바다’ ‘동해’ ‘독도’는 그의 삶의 나침반이다.

“바다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을 할 때면 ‘또 독도이야기냐’며 독도에 대해 마음을 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당연히 우리땅인데 새삼 강조할 게 뭐냐는 거죠. 그렇지만 독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부족한데다 일본과의 영토분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몰라요. 독도처럼 영토분쟁 대상이 될 수 있는 땅은 구호만 외친다고 보장되는 것 아닙니다. 독도를 차지하기 위해 일본이 벌이는 치밀한 전략에 더 치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어느새 독도는 일본땅이 될 겁니다.”

이씨는 최근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독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역설적인 제목을 스스로 붙였지만 차근차근 읽어보면 “이대로 방치하면 독도는 실제 일본땅이 될 것이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

기존의 독도 관련 책과는 달리 그가 20년 동안 독도와 부대끼며 느끼고 조사한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절실한 맛이 가득하다. 스킨스쿠버 전문가인 이씨는 독도 주변 물속에 들어가 지형을 연구한 첫 논문을 81년 발표했을 정도다.

“일본 외교 10대 지침에 ‘독도 탈환’이 포함돼 있습니다. 독도와 가까운 일본 시마네현에는 다케시마(독도)를 되찾아야 한다는 시위가 연중 벌어져요. 95년 이후 ‘다케시마 탈환’은 일본 총선에서 단골 메뉴이고요. 일본은 육해공 자위대가 독도를 가상 목표로 상륙작전을 펴기도 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독도를 차지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을 짜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이씨가 예상하는 일본의 독도 침탈 시나리오는 세가지. 독도를 한국과 영토분쟁이 있는 섬처럼 국제사회에 알려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것, 직접적인 무력충돌 가능성, 한일어업협정을 활용한 침탈 등이다.

“특히 99년 한일어업협정은 독도가 훗날 영토분쟁으로 악용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었어요. 우리는 독도 주변 바다를 ‘중간수역’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은 꼭 ‘한일공동관리수역’이라고 합니다. 이 협정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울릉도와 일본 오키도 기점 35해리를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정하고 중간 지점에 있는 독도를 포함한 바다는 중간수역을 한 것은 독도가 우리 영해에서 벗어나게 한 것입니다. 우리의 독도 주권은 후퇴하고 일본은 더 다가왔습니다.”

그는 “독도가 중요한 것은 섬 자체보다는 독도를 둘러싼 거대한 바다 영토 때문”이라며 “독도에 들어가려면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입도허가제부터 없애지 않으면 독도는 국민들에게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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