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시커멓게 변해버린 광주 '5.18 상징물'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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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국립묘지로 승격된 광주 북구 운정동 5·18 묘지의 일부 부조물과 조형물이 내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식되고 있다.

8일 국립 5·18묘지관리소에 따르면 ‘5·18민중항쟁추모탑’을 중심으로 좌우로 17.5m씩 수평구조로 설치된 청동 부조물 ‘5월 민중항쟁도’가 지난해부터 부식되면서 푸른색이 검은색으로 변해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 작품은 80년 5·18 당시 10일간의 항쟁을 일지 형식으로 묘사한 10개의 양각 부조물이다.

또 민중항쟁추모탑 좌우에 80년 5월 불의에 항거해 총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시민군을 형상화한 청동 조각품 ‘무장항쟁군상’과 슬픔을 딛고 질서와 치안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대동 세상의 모습을 묘사한 ‘대동세상군상’ 일부도 부식되고 있다.

하지만 ‘역사의 문’ 뒤에 세워진 ‘의병항쟁상’ 가운데 황동 부조물인 4·19 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은 부식 흔적이 없어 대조적이다.

관리소 측은 올 4월 홍익대 미대 교수들에게 부식 원인에 대해 자문한 결과 “청동은 함유된 구리의 순도가 떨어지거나 산성비로 인해 부식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따라 관리소측은 내년에 3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청동부조의 부식 부분을 벗겨낸 뒤 특수 코팅처리를 하는 등 원형 복원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부식이 진행 중인 청동 조각품은 유물전시관 건립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보존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이밖에 5·18묘지의 출입문인 추념문에 누수현상이 생겨 시공사가 한차례 보수공사를 실시했으나 좌우 벽면에 계속 물이 스며들어 최근 관리소측이 물을 빼낸 뒤 방수처리를 마쳤다.

정종기(鄭鍾基·54) 5·18묘지관리소장은 “지난해 7월부터 묘지 관리업무가 광주시에서 국가보훈처로 넘어왔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걸맞게 하자 보수를 철저히 하고 많은 참배객들이 찾을 수 있는 친환경 묘역을 가꾸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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