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위칭데이 D-2…"이번엔 세마녀 춤출까"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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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개별주식 옵션의 만기일이 같은 트리플 위칭데이(Triple Witching Day)가 11일로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통상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기 때문에 ‘세 마녀가 춤을 춘다’고 빗대 말한다.

프로그램 매매란 한꺼번에 15개 종목 이상을 거래하는 컴퓨터 매매 시스템이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활용해 비싼 것을 팔고, 싼 것을 사는 차익거래에 주로 이용된다.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값이 싼 현물주식을 매수하면서 프로그램 매수잔액이 많아진다.

이렇게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고 임시로 사둔 주식물량은 만기일 전에 청산되거나 만기연장(롤 오버)돼야 한다.

▽이번엔 ‘진짜 마녀 역할’할까=증시가 올해 마지막 선물 만기일에 부쩍 신경을 쓰는 이유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이 4일 현재 1조868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기 때문. 이렇게 쌓인 매수차익잔액(현물주식)은 언제든지 매도물량으로 둔갑할 수 있다.

5일과 8일 증시에서 총 4000억원을 웃도는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이틀간 20포인트가량 급락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10포인트 이상 급등락한 날은 모두 17번으로 이 가운데 두 차례를 빼고는 프로그램 매매가 지수 등락의 방향을 갈랐다.

하지만 정작 트리플 위칭데이 당일 주가는 변동이 크지 않았다. 올 들어 3번의 트리플 위칭데이 당일 주가는 약보합이거나 오히려 올랐다. 선물만기일을 전후한 시장전망이 괜찮은데다 외국인들의 ‘왕성한’ 주식매수 덕을 봤기 때문이다.

▽‘저가 매수기회’ 대(對) ‘증시 잠재불안 요인’=증시 전문가들은 11일까지 4000억∼6000억원가량의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더 나올 것으로 점친다. 그럼에도 청산보다는 만기연장쪽에 더 비중을 두는 분위기.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연말 연초 시장전망이 괜찮은데다 이번엔 배당수익에 대한 기대도 크다. 프로그램 매물로 주가가 빠지면 좋은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는 타이밍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들이 이달에만 선물시장에서 2만 계약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는 향후 시장을 좋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만기연장 가능성을 높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진데다 미국 증시가 한창 조정국면으로 들어간 상황이어서 장중 급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만기일(11일)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프로그램 매물압력은 지속적으로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배당이익보다 주가하락에 따른 손해가 클 경우 ‘털고 가자’는 심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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