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600억달러 운용 '금융계 큰손' 떠올라

  • 입력 2003년 12월 8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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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금융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의 내년 주식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정부 주도로 한국투자공사(KIC)와 주택금융공사의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개인과 민간, 기관투자가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침체된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정부의 수익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투자공사(GIC)의 ‘성공 신화’를 뒤따르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정부 투자=국민연금 기금운용관리본부는 올해 말 8.5%로 예상되는 주식투자 비중을 내년 말까지 9.1%로 0.6%포인트 늘리기로 했다.

내년 말 금융자산 투자 액수는 129조원으로 예상돼 이 가운데 약 12조원이 주식에 투자되는 셈이다. 올해 말 주식투자 잔액은 8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정석규(鄭錫奎) 기금운용본부장은 “연금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채권투자의 경우 내년부터 5조원을 외부 투자기관에 맡겨 운용하되 이들이 투자하는 채권의 투자가능 등급을 지금보다 낮춰 투자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4개 기업구조조정투자조합(CRC)에 600억원을 투자하고 벤처투자에도 나서는 등 이른바 ‘대체(代替)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또 청와대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는 KIC의 자본금을 원칙적으로 정부가 출자하되 초기에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200억달러로 시작해 점차 공공기금 등으로 투자자금을 확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위원회는 또 KIC가 지금처럼 외부기관에 돈을 맡겨 외화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데서 나아가 국내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최고 20년의 장기주택자금 대출을 취급하기 위해 내년에 출범하는 주택금융공사는 자본금 1조원으로 시작해 주택저당채권을 발행, 유통시키는 것이 업무다.

그러나 정부는 주택금융공사가 여유자금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세 기관의 투자자금을 합하면 GIC의 투자자금인 약 1600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GIC의 성공 비결과 KIC의 성공 요건=정부는 KIC의 모델로 GIC를 들고 있다. GIC는 싱가포르 정부가 100%를 출자해 만들어 현재 전 세계 30여개국의 주식, 채권, 부동산, 비상장기업 지분,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 7월 서울 중구 태평로의 서울파이낸스센터를 인수했고 랜드마크투신운용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우재룡(禹在龍)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KIC 등 한국 정부 투자기관이 성공을 거두려면 GIC의 엄격한 투자 원칙과 정교한 기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분명한 투자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GIC는 ‘신중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전 세계 및 각 나라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분석하고 주식에 대해서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채권투자에는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투자한다.

최홍(崔鴻)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은 “먼저 유능한 운용 인력을 확보한 후 이들을 소수 정예화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투자공사(GIC) 개요
항목내용
설립연도1981년
조직형태싱가포르 재무부가 100% 소유한 정부기구이지만 상법상 민간기업
운용규모700억∼1600억달러(2000년 11월 현재 추정)
투자대상주식 채권 비상장기업 지분투자 부동산 벤처캐피털 등 G7 국가를 비롯해 아시아 남미 동유럽 신흥개도국 등 32개국(2000년 11월 현재)
투자원칙신중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높임
투자절차①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동향 분석
②투자자산의 계량화를 통해 전략적 자산분배→통화가중치 설정→국가별 투자자산 규모 할당→개별종목 선정
③주식투자는 개별주식 자체의 수익 및 위험에 따라
④채권투자는 각국 경제상황 고려해 개별종목 선택
⑤독자적 평가기준과 적극적 위험관리 모델 설정해 평가
인력관리①전문 인력을 선별하고 장기 관리해 소수정예 양성
②부서 교차근무 및 세계적 기관에 파견해 시야 넓힘
③각종 자격증 우대 및 기본윤리강령 엄격히 준수
자료: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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