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에 건설업계 '죽을맛'…미분양 속출에 대출축소

  • 입력 2003년 12월 8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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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이 급랭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대책 후속방안이 잇따라 가시화되면서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등 금융기관이 시장전망 불투명 등을 이유로 건설관련 대출 규모를 점차 축소하고 있어 건설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분양시장 급랭=7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5일 접수된 서울 11차 동시분양 서울 1순위 청약에서 1301가구 모집에 493가구가 미달됐다. 이날 청약경쟁률은 2001년 9월(8차) 이후 가장 낮았다.

올 하반기 최대 규모의 택지개발지구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경기 파주시 교하지구 분양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5일 수도권 1순위 청약을 받은 진흥아파트는 439가구 공급에 421가구가 미달됐고 신동아아파트는 3일 수도권 3순위 청약에서 121가구가 미달됐다.

지방에서도 미분양이 나오고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대전 유성구 대정동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580가구 모집에 94가구가 미달됐다.

올 9월 분양 당시 평균 5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대구의 한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매수세가 끊어져 물건이 쌓이고 있다.

부산에서도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이 싼 급매물 분양권이 나와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과열 양상을 빚었던 주상복합시장도 ‘미분양 한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분양된 D아파트의 경우 대량 미분양으로 인해 재분양에 들어간 상황.

계약률도 갈수록 떨어져 일반아파트의 계약률이 50%를 넘지 못하고 있고 최근 분양된 일부 주상복합의 경우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불황 장기화 전망=주택건설업계는 최근의 미분양 사태에 속수무책인 처지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정리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2년 동안 부동산시장 호황기에 이미 손을 댄 분양사업이 쌓여 있어 ‘밀어내기 분양’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곤혹스러워했다.

설상가상으로 은행권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별 무담보 대출) 등을 통한 사업자금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택건설 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경기가 일단 정점을 지나면 약세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승기에는 주택 수요자들이 은행 빚을 내서라도 무리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서지만 하락기에는 좀처럼 관망세를 풀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분양된 아파트의 미분양 현황
분양 아파트청약
접수일
공급
가구 수
청약
가구 수
미분양
가구 수
서울 11차 동시분양 서울 1순위12월 5일13013055493
경기 파주시 교하신도시
진흥효자아파트 수도권 1순위
12월 5일43918421
경기 파주시 교하신도시
신동아파밀리에 수도권 3순위
12월 3일302182121
경기 군포시 대야미동
장안정다운가
11월 28일
(접수마감)
60852
경기 안양시 현대홈타운11월 27일
(접수마감)
968219
대전 유성구 대정동 대전트리움11월 27일
(접수마감)
58048694
자료:국민은행 금융결제원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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