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친구들 ‘두번 울었다’…‘시신동거 중학생 방치’ 사실왜곡

  • 입력 2003년 12월 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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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군에 관한 얘기를 다룬 동아닷컴 기사에 덧글을 올린 네티즌의 의견들.
S군에 관한 얘기를 다룬 동아닷컴 기사에 덧글을 올린 네티즌의 의견들.
“친구 일만 해도 가슴 아픈데 그동안 친구를 찾으려고 온갖 고생을 한 선생님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욕을 듣는 건 더 가슴 아파요.”

경기 이천시 설봉중학교 3학년 O반 학생들은 최근 두 번 상처를 받았다.

가난하게 사는 같은 반 친구 S군이 어떻게 할 줄 몰라 어머니의 시신을 6개월 동안 집에 보관했다는 얘기(본보 12월 6일자 A30면 보도)가 전해졌을 때 그동안 친구에게 잘 대해 주지 못한 것이 몹시 가슴 아팠다.

그러나 더 가슴 아팠던 것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부 네티즌 등이 담임교사에게 보인 반응이었다.

S군에 관한 얘기가 보도된 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수천건의 글이 올랐다. 상당수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S군을 격려하는 내용이었지만 담임교사와 학교를 비난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담임선생님 정말 문제가 많네요. 경찰 및 교육부에서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동조하는 글들은 대부분 S군이 5개월이나 학교에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동안 S군을 찾지 않을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일부 언론 역시 학교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S군의 담임교사 오모씨(42)는 S군이 5월 28일부터 어머니 병간호를 해야 한다며 계속 조퇴하다 6월 9일부터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자 11월 19일까지 같은 반 학생 4, 5명과 함께 수시로 찾아다녔다.

S군이 3월 초 이사한 뒤 동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아 주소를 몰랐지만 그가 어디에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으면 퇴근 후 며칠씩 그곳을 찾았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오 교사는 경기 용인에서 이천까지 출퇴근하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S군을 찾아나섰다”며 “오 선생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학생 지도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나마 제자들이 오 교사를 위로하고 있다.

한 학생은 6일 오 교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느 누가 선생님을 비난한다 해도 우리들은 모두 선생님 편”이라며 “선생님이 친구가 나오지 않던 그 5개월 동안 친구를 찾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우리들은 다 압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학생은 편지에서 “이번 일 때문에 친구를 흉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선생님이 계셨기에 친구를 찾을 수 있었고 이번 일도 빨리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힘들어하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한편 S군은 5일 오후 어머니 심모씨(45)의 시신을 모신 이천의료원에서 유일한 친인척인 이모(53)를 1년여 만에 만났다.

경찰은 이날 오전 숨진 심씨의 수첩에서 이모의 전화번호를 찾아내 연락을 했고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사는 이모는 곧바로 이천으로 갔다.

S군은 6일 오후 강원 원주화장장에서 이천시 사회복지과의 도움을 받아 이모 등과 함께 어머니의 장례를 마쳤다.

이모가 양육을 맡겠다고 밝혔지만 S군은 중학교를 마친 뒤 이천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학교측은 교사들의 성금을 모아 학교 앞에 주거지를 마련해 줄 예정이다. 설봉중학교 031-633-5213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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