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인터넷결합 노래방 오픈 태진미디어 윤재환대표

  • 입력 2003년 12월 7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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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을 연 서울 홍익대 부근의 첨단 노래방 ‘질러 존’에서 마이크와 탬버린을 들고 있는 윤재환 태진미디어 대표. -김동주기자
최근 문을 연 서울 홍익대 부근의 첨단 노래방 ‘질러 존’에서 마이크와 탬버린을 들고 있는 윤재환 태진미디어 대표. -김동주기자
‘태진미디어.’ 노래방에 가본 사람이라면 가라오케 시스템 초기화면에 떠오르는 이 로고를 한번쯤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태진미디어의 윤재환(尹在煥·48) 대표는 영세 카 오디오 제작업에서 출발해 오늘날 연매출 535억원에 보유 현찰만 350억원에 이르는 ‘알짜 벤처’를 일궈냈다. 79년 지인과 함께 가라오케 사업을 하다 쫄딱 망한 게 노래방 기기와의 첫 인연이다. 81년 카 오디오 사업에 뛰어든 뒤 86년에는 노래방 사업에 착안해 3년간 일본 음악잡지를 뒤지고 기술자와 밤샘 작업 끝에 노래방 가라오케 시스템을 개발했다.

90년대 노래방 전성시대와 함께 사업이 일취월장했지만 윤 대표는 만족하지 않았다. 번호를 눌러 선곡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신곡을 인터넷으로 내려받고 선곡까지 가능한 전자인덱스 리모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올해 일본 노래반주기 업체인 다이이치코쇼(第一興商)에 220여억원어치 수출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그는 이 공로로 지난달 28일 한국무역협회가 주는 ‘2000만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윤 대표는 최근 사양(斜陽) 기미를 보이고 있는 노래방 시장을 부흥시킬 방안을 찾는 데에도 열심이다. 최근 100억원을 투자해 경기 고양시 화정, 서울 홍익대 앞 등에 노래방과 인터넷을 결합한 ‘질러존(Ziller-zone)’을 오픈했다. 이는 카페처럼 아늑한 분위기에서 노래를 부르고, 인터넷을 통해 전국의 ‘노래방 가수’들과 점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첨단 놀이마당이다.

“‘동성로 시스터즈’라는 아마추어가 노래방에서 찍은 ‘엽기’ 동영상으로 인터넷 스타가 됐습니다. 노래방이 연예계 진출의 등용문이 된 셈입니다. 노래방의 그런 특장을 앞으로도 계속 살려 나가고 싶습니다.”

중국에 합작회사를 만들어 중국어 노래방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인 윤 대표의 포부는 ‘노래방의 세계화’.

그러나 윤 대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사업 확장에만 매달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치권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내지만, 올여름 태풍 ‘매미’ 피해 때는 소리 소문 없이 1억원을 성금으로 내놓기도 했다.그의 연봉은 6000만원으로, 일반 기업의 창업주나 최고경영자에 비해 훨씬 적은 액수. 윤 대표는 “나는 돈 욕심은 버렸다”며 “버는 만큼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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