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뉴욕타임스]‘小食하면 장수’ 美 찬반논쟁

  • 입력 2003년 12월 7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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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로 한끼열량 섭취를 줄였을 때 장수한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음에도 열량 제한(CR)전략에 뛰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다. CR 전략의 적극적인 옹호자인 킴 샌드스톰이 샐러드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욕타임스
샐러드로 한끼열량 섭취를 줄였을 때 장수한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음에도 열량 제한(CR)전략에 뛰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다. CR 전략의 적극적인 옹호자인 킴 샌드스톰이 샐러드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욕타임스
적게 먹어야 오래 살 수 있다? 지금 미국이 이 논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 기업체를 가진 마이클 셔먼은 6년 전 ‘열량감축계획’에 돌입했다. 감자 칩과 초콜릿 케이크를 끊고 갖가지 곡물이 들어 있는 도넛으로 대체했다. 아마의 씨나 효모균, 양배추를 먹었고 하루 섭취 열량을 최대 160Cal 이하로 조절했다.

그가 열량을 줄인 것은 비만 때문이 아니다. 168cm의 키에 67kg의 체중은 그다지 비만 체형이 아니다.

그의 체중은 급격히 떨어졌고 가족과 친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부인 캘리에게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난민이었다. 그는 괴팍해졌으며 차갑고 깐깐해졌다. 사람들은 혹시 그가 암이나 에이즈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그의 몰골은 쭈그렁 노인처럼 뼈와 가죽만 남았다.

그는 “143세까지 살기 위해서 열량감축계획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열량 섭취를 가혹하게 줄이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에 고무돼 22세기까지 자신의 젊음을 연장시키기로 했다. 쥐 거위가 수명을 연장하는데 인간이라고 못하겠느냐는 것이다.

‘열량제한’, 즉 CR 전략의 옹호론자들은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 살기 위해 열량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할 경우 증손자의 증손자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암 당뇨 심장병과 신장질환의 발병을 막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CR 전략을 주장하는 단체 ‘열량제한사회’의 마이클 래 이사는 “사람들은 항산화제, 주름살치료제, 보톡스에 의존하지만 CR만이 젊고 오래 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1930년대 코넬대의 영양학자들이 “다이어트를 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30% 이상 수명이 길었다”는 보고서를 낸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사람에게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워싱턴대 노인병학자인 뤼기 폰타나 박사는 “제1, 2차 세계대전 기간 식량부족을 경험한 유럽 북부 일부 국가에서 관상동맥질환, 2형 당뇨병, 암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CR 전략과 유사한 식이요법을 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많은 사람이 100세 이상 천수를 누린 게 알려졌다.

현재 미국정부는 2000만달러를 투입해 오키나와의 식이요법이 장수의 근본 원인인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CR 전략이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캐내기 위한 연구도 여러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가설이 만들어졌다. 적게 먹으면 배고픔이 사람의 몸을 생존 모드로 바꿔 유전자의 저항력을 높이기 때문에 장수한다는 것도 이 중 하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신경과학실험실을 지휘하고 있는 마크 매티슨 박사는 내년 1월부터 이와 관련된 대규모 연구를 시행한다.

그는 40∼50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하루 1회 식사를 했을 때와 3회 식사를 했을 때 혈압과 콜레스테롤, 면역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워싱턴대는 다른 2개의 대학과 공동으로 소식(小食)했을 때 나이와 관련된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이 얼마나 줄어들며 수명은 얼마나 연장되는지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나 CR 전략에 대해 회의적인 과학자도 적지 않다. 지난달 ‘미국예방의학저널’에는 “육체적 활동 같은 요소와 비교할 때 CR 전략은 심장혈관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을 막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고서가 실렸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교수인 마이클 알더만은 “수명 연장의 방편으로 열량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21년간 1만여건의 조사를 통해 나온 이번 보고서 결과 가장 건강한 사람은 규칙적으로 운동한 경우였다는 것.

펜실베이니아 의대 토머스 와덴 교수도 CR 전략은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CR 전략 등 초저열량 섭취 방법은 강박증과 섭취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방식의 다이어트가 적합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한나절도 지속할 수 없는 모델이다”고 비판했다.

다시 셔먼씨 얘기로 돌아가자. 그는 6년간의 ‘CR 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불화가 생기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파경의 위기까지 치달았었다.

요즘 그는 가족과 다른 냉장고를 사용한다. 거기에는 각종 기묘한 곡식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는 요즘 자신이 먹지 않는 성찬(盛饌)의 재료를 쇼핑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가족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셔먼 부인은 남편의 방식에 따를 생각이 없을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농담해요? 나는 CR 전략을 전혀 믿지 않아요.”

(http://www.nytimes.com/2003/11/23/fashion/23DIET.html?)

정리=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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